by김기덕 기자
2017.12.20 16:16:43
핀셋 규제에도 '똘똘한 한채' 수요 꾸준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 5000만원 돌파
마포·용산·성동구도 2000만원 대열 합류
"거래 가능한 재건축 단지 중심 인기 지속"
[이데일리 김기덕 성문재 기자] 대한민국 최고 부촌 1번지 서울 강남구가 아파트값 평당(3.3㎡) 4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세금·대출·청약 등 전 부문에서 주택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규제를 잇따라 쏟아냈지만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지역 집값은 더욱 오르는 모양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핀셋 규제가 ‘강남 부동산 불패’를 믿는 자산가들에게 수도권 외곽 등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집을 팔고 ‘똘똘한 한채’를 보유하려는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예고된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3200만원으로 지난해 말(2817만원)보다 13.6% 올랐다. 특히 강남구는 같은 기간 12.5% 뛰어 4055만원으로 3.3㎡당 4000만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3.3㎡당 4000만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값도 10.8% 오른 2140만원으로 사상 처음 2000만원을 넘어섰다.
집값 상승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3.3㎡당 4000만원대를 돌파했던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달 현재 5127만원으로 5000만원대 벽을 뚫었다. 동별로는 재건축 정비사업 절차가 빠르게 진행 중인 개포주공 1~7단지가 몰린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값이 3.3㎡당 5412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남구 압구정동(5247만원) △서초구 반포동(5158만원) △강남구 대치동(4469만원) △서초구 잠원동(4226만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 9월 강남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며 정비사업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든 개포주공1단지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조합원 입주권 거래가 막혔지만, 일부 거래가 가능한 매물을 중심으로 최근 한달 새 호가(부르는 값)가 수천만원씩 뛰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꼽히는 이 단지의 3.3㎡당 시세는 9650만원으로 연초(7586만원)에 비해 27% 상승했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입주권 양도가 가능한 2003년 12월 31일 이전에 아파트를 소유한 일부 조합원 매물이 9월부터 조금씩 나왔지만 최근에는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며 “최근 한 달도 안돼 평균 집값이 최소 4000만원 이상은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지구 내 거의 모든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의 3.3㎡당 아파트값은 5274만원으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08㎡형이 최고 24억원(3.3㎡당 686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압구정 M공인 관계자는 “내년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 강남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주택자인 집주인들도 입지가 떨어지는 다른 지역 집을 팔고서라도 끝까지 들고 가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어차피 내년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직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라 입주권 거래 금지 규제 등에서 벗어난 서초·송파구 일대 아파트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서초구 대표 부촌인 반포·잠원동 일대 한강변에 자리 잡은 신반포2차 전용 93㎡형은 시세가 18억원으로 최근 한 달새 몸값이 2억원이나 뛰었다. 지난 9월 서울시로부터 50층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은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은 8·2 대책 당시 15억원대에 머물렀던 집값이 이달 현재 최고 18억8000만원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대기 수요는 넘쳐나는데 매물이 없다 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북권 잠룡 3인방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대표되는 강북권 아파트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용산구 아파트는 3.3㎡당 2769만원으로, 강동구(2114만원)를 제치고 4번째로 아파트값이 높은 지역이 됐다. 성동구 아파트값은 3.3㎡당 2215만원, 마포구는 2090만원으로 2000만원대 대열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지만 서울 인기지역은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수요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상승폭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가 올해 내놓은 여러 규제책이 내년에 본격 발동되는 만큼 내년에는 주택 거래 감소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동성을 가진 자산가나 투자자들은 수익성 있는 물건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어 거래 가능한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시행이 예정돼 있던 규제로 이미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많다”며 “보유세 인상이 병행되지 않는 한 인기지역의 가격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