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 덜쓰는' 불황에도 잘 나가는 이유

by방성훈 기자
2015.07.21 18:02:44

전력 남아도니 블랙아웃·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
불황에도 전력 수요는 그대로..한전 '꽃놀이패' 취해
한전 주가도 '쑥쑥'..16년만에 역대 최고가 근접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 15일 오후 3시. 이달 들어 가장 많은 전력수요가 발생했다. 전력 수요가 7369만kW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공급능력 8967만kW를 고려하면 충분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급예비율은 22%였다.

경기 불황으로 공장 가동이 줄어들고 가정에선 전기를 아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전력판매로 먹고 사는 한전은 웃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불황 덕분(?)에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돼서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및 민간발전사 등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뒤 소비자들에게 이를 파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한전이 지난 6월중 민간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가격(SMP)이 평균 84.54원이다. SMP는 1월(140.76원), 2월(121.33원), 3월(118.35), 4월(103.72워), 5월(96.62원)에 이어 올 들어 계속 하락 추세인데 반해 소비자 판매 가격은 그대로니 한전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입장인 셈이다. 여름철 성수기인 7~9월 중에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전이 판매 전력의 대부분을 SMP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더욱 커진다.



한전은 고정적인 판매처도 확보한 상태다. 전력사용량이 올 들어 1월(3.8%), 2월(1.5%), 3월(0.6%), 4월(2.1%), 5월(1.3%)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만 경기 불황으로 과거처럼 급증세가 아니어서 공급예비율이 넉넉해졌다. 지난 해 4월 이후 두 자리 수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다. 덕분에 한때 전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우려가 사라졌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구입하는 도매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확 줄었다. 전력 생산은 원료비 및 생산단가 등에 따라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열병합 및 중유발전소’ 순으로 이뤄지는데, 예비전력이 충분하지 않을 땐 비싼 LNG 발전소를 돌려야 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한전 입장에선 올 여름이 어느 때보다 ‘속 편한’ 상황이 될 듯하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아챈 듯하다. 21일 한전 주가는 5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였던 5만500원(1999년 6월 28일)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