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대 증원 '0명'…전공의·교수들 여전히 반발 이유는

by이지현 기자
2024.03.20 16:42:32

학교 내 증원 없어도 의사 전체 공급 확대 분노
단체행동 동력 '뚝' 앞으로 분위기 반전 가능성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배정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지역거점 국립대에 총정원 200명 수준으로 배정해 지역거점 병원으로 육성하고 50명 미만의 ‘미니의대’는 100~130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서울에 있는 의대에는 정원을 1명도 늘리지 않았다. 지방의 고사 직전인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노조사무실에 의대증원 및 전공의 근무 중단에 대한 입장문이 붙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성명을 통해 “의대학생정원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후속 세대(의대생과 전공의들)는 1만5000명에 달하며 이들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증원 강행은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25일 집단 사직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정원 배분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온라인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날 발표가 전공의나 교수들의 사직 철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교수들이나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대학 의대생이 늘어난다고 반대한 게 아니다”며 “의사 공급이 늘며 경쟁자가 늘어나는 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도 “정부가 증원 규모를 2000명 이상으로 훌쩍 안 넘긴 것은 다행이지만 조금만 줄여줬다면 의료계 비둘기파들에게 득세할 수 있는 여지를 줬을 텐데 그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오주환 교수는 “(인력부족과 인프라 악화로 어려움에 직면한 지방의료 상황에서 보면) 최악은 면한 것 같다”며 “지역에서 수련한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쏠리지 않고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지역의 흡입력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와 교수들이 정부의 발표에) 처음에는 반발하겠지만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며 “현재 3차 병원의 수입이 줄어 교수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실제로 사직서를 내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파국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의료를 살리기 위해 최종적으로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만약 정부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는 파탄을 맞을 것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으로 말미암아 야기한 혼란의 책임은 현 정권에 귀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