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집값 급등할라”…尹부동산공약 취사선택 나섰다

by강신우 기자
2022.03.22 18:08:33

안전진단 없앴다가는 집값 연쇄 급등
‘뺄 공약 더할 규제’ 고민하는 인수위
尹당선후 재건축단지 시세 반전 분위기
“단기 집값급등 감내해야 시장 안정화”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규제를 모두 풀면 집값이 또 들썩일 텐데 재건축활성화와 규제 사이 고민이 많다.” (야권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설계에 돌입한 가운데 규제를 풀면서 집값 자극을 최소화할 묘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어서 자칫 가까스로 잠잠해진 주택시장이 들썩일 수 있어서다. 더욱이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전 집값이 급등하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2일 인수위와 국민의힘 등 야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국토교통부가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부동산정책 공약에 대한 선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겠다는 것으로 당장에는 재건축정밀안전진단 요건 완화와 이에 따른 집값 급등을 방지할 조합원지위양도 제한 등의 규제책이 병행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지위양도 제한은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합의한 것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앞당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투기세력이 유입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앞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 공약이 그대로 국정과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윤 당선인의 공약 일부는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안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에서는 인수위 없이 (국정과제 선정을) 하다 보니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그대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고도 했다.

인수위는 뺄 공약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공약 중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는 집값 자극 우려가 있어 후순위 과제로 미뤄지거나 아예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 집값이 오르면 이제는 그 책임이 새정부에 있는 것”이라며 “집값을 자극할 요인이 다분한 공약을 후순위로 미루거나 폐기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부동산시장은 윤 후보 당선 이후 정비사업 활성화에 따른 기대감에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시세가 반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2주차(1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값은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전용면적 183㎡) 아파트는 지난 17일 직전 최고가 대비 7억5000만원 오른 59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이 지역 재건축 단지의 호가는 2억원 이상 뛰고 매물은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은마(전용76㎡) 아파트는 대선 전 25억7000만원하던 호가가 지금은 27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주요 공약사항으로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를 약속했다. 문재인정부 5년간 중앙정부와 서울시(박원순 전 시장)가 규제를 강화해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신규 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면서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됐다고 진단하면서다.

구체적으로는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 △구조안전성 가중치 하향 조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 △기부채납 운영기준 마련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 등이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활성화로 시장에 꾸준한 공급 시그널을 주면서 규제를 완화한다면 단기간 집값 급등은 피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다”며 “새정부는 집값 자극 우려로 규제완화를 미루기보다는 시장 정상화라는 큰 그림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