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장 된 첫 윤호중호 비대위…"진영·패권 정치 합작물" 직격탄도

by이성기 기자
2022.03.14 15:50:58

"남은 것은 기득권 정치와 소통 불통의 모습" 쓴소리
47.8%, `졌잘싸` 아깝게 진 게 아니라 끝내 이기지 못한 것
일각선 6월 지선 참패 우려 전망도
비대위, 당 안팎 우려 불구 민생 개혁 입법 완수 속도

[이데일리 이성기 이상원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힘겹게 발을 뗀 `윤호중호(號)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부터 쓴소리가 쏟아졌다. 0.73% 차이로 패한 것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을 두고도 준엄한 심판을 내린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4선의 노웅래 의원은 이번 비대위 구성을 두고 “진영과 패권 정치의 합작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진 위원, 윤호중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사진=공동취재사진)


14일 오전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는 `90도 인사`로 시작한 첫 비대위 회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공동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닷새 전 선거결과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5년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내로남불이라고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며 “47.8%의 국민적 지지에 안도할 게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찾고 47.8%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한 뒤 “성폭력, 성비위,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으며 이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 근조화환 논란을 겨냥, “정치권의 온정주의를 뿌리뽑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위원장은 “뼈를 깎으며 쇄신해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그런 나쁜 문화를 이해해 달라고 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권지웅 비대위원도 “적게 패배한 게 아니라 분명하게 패배했다. 아깝게 진 게 아니라 끝내 이기지 못했다”며 “적게 바뀌어도 되는 명분이, 방향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30` 청년과 소신파 의원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성찰과 쇄신을 다짐했지만, 윤호중호 비대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3곳(대구시장, 경북·제주지사)를 제외하고 석권한 지난 지방선거와는 정반대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그 얼굴에 그 얼굴`로 다시 간다면 국민들이 민주당이 달라지려고 정신차렸구나,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며 “진영과 패권 정치의 합작물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석최고위원을 지낸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는 그 자체로 완결이 아니다. 중앙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하고 임기도 사실상 중앙위에서 결정한다. 민심과 당심을 떠나면 비대위는 없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당 보좌진협의회도 전날 오후 늦게 낸 입장문에서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2년 후 총선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과감하고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일단 민생 개혁 입법 완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위원장은 이날 오후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반성과 쇄신도 해야 하지만 국민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 역시 책임져야 할 의무”라며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