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수리하다 찾은 전통주 비법…술 빚는 '청년농부'

by김호준 기자
2021.03.23 16:51:13

홍성민 은수포양조장 대표
종가집서 발견한 문서로 막걸리·약주 빚어
직접 재배한 백진주 쌀 활용
"온라인 유통도 진출…전통주 알리기 노력"

경기 화성 남양 홍씨 종갓집에서 발견된 전통주 제조 비법이 담긴 문서. 현재 화성시 역사박물관에 위탁 보관 중이다. (사진=홍성민 대표 제공)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가문 대대로 내려온 술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농사를 짓던 홍성민(37) 은수포양조장 대표는 지난해 초 주류 제조 면허를 땄다. 부친에 이어 쌀, 무화과 등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술 빚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명절마다 직접 집에서 술을 담그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이후 홍 대표는 틈틈이 자전거를 타고 국내 양조장을 돌며 관련 기술을 배웠다. 소규모 양조장이 많은 일본도 수시로 오가며 어떻게 대대로 양조법이 전해지는지 공부했다. 그러나 학업과 농사일을 병행하느라 양조사업에는 뛰어들지 못했다.

3년 전, 홍 대표의 종갓집을 보수하다가 오래된 문서 하나가 우연히 발견됐다. 바로 가문의 전통주 제조법이 담긴 문서였다. 술을 빚는 방법은 대를 이어 내려오긴 했지만, 문서가 발견된 건 처음이었다. 홍 대표는 국립중앙박물관, 지방자치단체 등 도움을 받아 이 문서를 꼼꼼히 살폈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술을 빚기로 마음먹었다.



홍 대표는 “문서엔 가양주(집마다 담근 술) 제조법이 한글로 자세히 적혀 있었다”며 “단맛을 내기 위해 찹쌀과 멥쌀을 섞어서 술을 빚고 있었다. 또한 집에서 백진주라는 품종의 쌀을 심어 왔는데, 문서에 적힌 막걸리 주조법과 딱 맞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성민 대표가 전통주 제조 방법이 담긴 문서를 보고 담근 막걸리, 약주. (사진=홍성민 대표 제공)
홍 대표가 빚는 막걸리와 약주는 알코올 함량이 각각 11%, 14%로 높은 편이다. 그는 “30일 동안 발효하기 때문에 탄산이 적고 과일 향을 머금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두 종류인 술은 ‘옛날 할머니네’라는 이름으로 화성시 로컬푸드 직매장 6곳에서만 판매 중이다.

본격적으로 술을 빚은 지는 6개월 남짓이지만, 한 번 맛을 본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재구매 문의가 이어진다. 그러나 기존에 운영하던 농가 펜션을 개조해 술을 빚는 탓에 생산량은 연 3000리터(ℓ)에 불과하다. 술을 구매하려면 로컬푸드 매장이나 양조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농사일과 함께 식당도 운영하고 있어 한 번에 많은 술을 빚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앞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집에서 재배하는 무화과를 활용한 술도 빚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양조장에 인력을 더 뽑고, 새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조만간 온라인 유통도 화성시 도움을 받아 진출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5년 안에는 새 양조장을 지어 조금씩 사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민 은수포양조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