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은 갈등 터졌다…`김학의 출금요청` 대검·조사단 진실공방 격화

by이승현 기자
2019.04.08 14:30:00

대검 "조사단 측 자진철회" 내부망 팩트체크로 반박
조사단, "대검이 왜곡, 불개입 원칙 깨고 반대 의견 보내"
수사외압 의혹 등 양측 간 갈등 수면 위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김용민 위원이 8일 오전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 과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심야 출국’ 시도 전 사전 출국금지 요청 문제와 관련, 대검찰청과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진실공방을 벌이며 정면 충돌했다. 대검은 진상조사단 측이 출국금지 검토 요청을 자진 철회했다는 입장이지만, 진상조사단은 대검 측이 반대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용산참사 재조사 외압 의혹과 활동 기한 연장 등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여 온 양측 간 갈등이 김 전 차관 사전 출국금지 요청 문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사위 소속 외부 위원인 김용민 변호사는 8일 오전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사단이 과거사위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대검이)문건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이 ‘김 전 차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한 것은 지난 20일.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심야 출국을 시도하기 이틀 전이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확인한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법무부에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하면서 심야 출국은 결국 무산됐다.

진상조사단 측 의견에 대검은 △김 전 차관의 현 상태가 무혐의 처분에 있는 상태 △조사단 진상조사 결과가 위원회에도 보고되지 않은 상태(위원회 심의 결과나 권고도 없음) △장자연 사건처럼 일부 내용에 대한 수사 권고도 없음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얘기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대검 기획조정부는 검찰 내부망 ‘e프로스’에 “출금 요청이 필요 없다고 조사단에 통보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조사팀에서 출국금지에 관한 검토 요청을 자진 철회한 것이 팩트임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날 “(자진 철회했다는)대검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을 왜곡했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점심 무렵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에게 연락이 와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해왔다”며 “사건의 주무위원으로서 조사단과 출국금지 필요성과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터라 이 실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즉시 조사단 (파견) 검사와 협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대검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이해하고, 조사단 검사는 (출국금지 관련 요청을) 평소처럼 공문 형식으로 보낼지 조사단 명의로 보낼지 여부에 대해 대검 측과 상의했다”며 “그런데 법무부에서 연락이 와 ‘일단 공문을 보내는 방법은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검토해보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대검 측이 조사단 검사에게 ‘고려사항’을 내부 메신저로 보냈고 이를 출국금지 요청 반대의사로 받아들였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철저하게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 온 대검이 유독 이 사건에서 원칙을 깨고 메시지를 보내 강력한 반대입장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조사단 팀 회의에서도 공문 발송 대신 다른 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와 관련, 당초 지난달 25일로 예정했던 이 사건 수사 권고를 21일로 앞당겨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재수사 사건 관련, 대검과 진상조사단 간의 마찰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김영희 변호사 등 조사단 외부단원들은 지난해 12월 용산참사 조사와 관련해 당시 수사팀 검사 등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조사단 독립성 보장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일부 단원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 관련 재수사가 무산된 것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알고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며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특히 중요 압수물인 USB를 검찰이 은닉했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검은 그러나 지난달 25일 과거사위 측에 USB분실은 관리소홀에 따른 것이었고 증거물 보관 소홀에 대한 책임자 징계는 시효 3년이 넘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