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넘버2' 상임감사 자리 대폭 물갈이

by노희준 기자
2017.08.21 16:37:01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권 공공기관의 ‘넘버 2’ 격인 상임감사 자리가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를 이미 마쳤거나 임기만료가 임박한 인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금융권 경력 없는 감사원 출신이거나 박근혜 정부 대선 캠프 출신의 정치권 인사들로서 선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거셌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에선 과연 어떤 인사들로 대폭 교체를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김일태 금융감독원 상임감사가 지난 10일자로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수출입은행은 공명재 상임감사가 오는 28일 3년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오는 10월 30일 이수룡 상임감사의 퇴임을 앞두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의 신형철 상임감사과 예금보험공사의 윤창근 상임감사는 지난 4월 10일자, 지난 5월6일자로 각각 임기를 마쳤지만 ‘탄핵정국’ 속에서 후임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임기 만료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은 감사는 금융위원회가 선임하며 예보 감사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상임감사들의 대거 물갈이가 예고되면서 관심은 낙하산 인사의 지속 여부다. 금융위나 기재부가 관할하는 8개 금융공공기관 상임감사 중 감사원 출신이거나 ‘친박 낙하산’꼬리표가 붙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김일태 전 금감원 감사와 현창부 캠코 감사는 모두 감사원 출신이다. 김 전 감사는 육사와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출신, 현 감사는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거쳤다. 특히 김 전 감사의 경우피감기관에 감사원 퇴임 간부가 재취업 한 경우라 2014년 선임 당시 청와대의 관피아 척결 의지에 반하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는 전형적인 ‘친박 낙하산’이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시절인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위원’을 역임한 폴리페서였다. 친박 낙하산 이덕훈 당시 수출입은행장의 선임과 맞물려 행장과 감사가 모두 친박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기석 신용보증기금 감사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을 지낸 전형적인 정치인이다. 이수룡 기업은행 감사도 (사)한국B.B.S중앙연맹부총재를 거치며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상임감사 자리에 감사원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건 전문성에 대한 요건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령 예금보험공사 감사 공개모집 자격요건을 보면 예금보험업무에 대한 지식 및 경험, 감사 직무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수행능력, 감사조직 관리능력 등 개략적인 요건만 있을 뿐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하산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외부 출신이라도 해당 분야의 경력이나 어느정도 자격이 있는 인사들이 와야 한다”며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려면 금융회사에서 최소 일정기간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만 가능하도록 ‘금융기관임원이력제’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륜이 풍부한 능력을 갖춘자’ 등으로 감사 선임 요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 요건은 없다”며 “‘회계사 경험 3년’과 같은 경력이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며 자칫 요건이 너무 강하면 후보군이 좁아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는 집행부를 감시하라는 자리로 반드시 금융전문성이 있어야 견제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