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밝혀질 것" 朴지킴이결사대 사저 앞서 농성 돌입

by김성훈 기자
2017.03.13 15:06:30

"수고하셨습니다" 쓰인 장미꽃 100송이 배달
박근혜지킴이결사대 사저 앞에서 첫 집회
“젊은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정신 나갔다”며 폭언
장기 집회 예고에 초등학생들 하교길 '불안' 호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나흘째인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앞에 경찰이 인력을 배치하며 사저 앞 집회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고준혁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월남전 때 베트남과 똑같습니다. 후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에 반대하는 친박 단체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진실은 언제가 밝혀질 것”이라고 전날 박 전 대통령이 남긴 담화를 인용하며 박 전 대통령의 누명이 벗겨질 때까지 사저 앞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날과 비교해 인원이 크게 줄었지만 경찰은 참가자들과의 무력 충돌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은 이른 아침부터 크고 작은 소동들이 이어졌다. 13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박 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장미꽃 100송이가 배달됐다. 꽃다발에는 “사랑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는 문구가 담긴 리본이 둘러져 있었다.

꽃다발은 사저 입구 정문까지 배달됐다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독극물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막아선 탓에 들어가지 못하다 늦게서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이날 오전 100송이 장미 외에도 두 개의 꽃다발이 추가로 배달됐다.

오전 한때 친박계 인사인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저를 나오면서 소란이 일었다. 조 의원은 “간밤에 걱정이 돼 아침에 방문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힘들어 하시지만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조 의원을 향해 “우리 대통령님을 꼭 구해달라”고 말한 데 이어 조 위원을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시국을 어지럽힌 세력들은 물러가라”며 고함을 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나흘째인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앞에 “사랑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꽃다발이 배달되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이날 오후 2시 사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결사대회’에는 박근혜지킴이결사대를 자처한 40여명의 친박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한 박종화 대한민국 애국연합 회장은 “국민 과반수의 지지로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더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짓선동과 협박으로 핍박하려는 일단의 세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누명이 풀릴 때까지 10~20명의 인원이 상주하며 집회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젊은 친구들 때문에 나라가 정신이 나갔다”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평일 오후에 열린 친박단체의 집회에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저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28)씨는 “막무가내로 남의 집 앞에 와서 군가를 틀어서 고통스럽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근처에 자리한 초등학교 학생의 귀갓길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부모 이모(36·여)씨는 “오후 2시부터 전 학년의 하교가 시작하는 데 혹시나 아이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며 “당분간 아이들 하굣길에 마중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1100여명에 이어 이날 사저 입구 주변에 방범 순찰대 1개 중대와 경찰 3개 중대 등 총 32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따라 병력을 골고루 배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평일 오후에 열린 친박단체의 집회에 인근 초등학생들의 귀갓길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13일 오전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500미터 거리에 떨어진 거리에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