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싸움에 유튜버 끌어들인 구글…“한국만이 아니었다"

by정다슬 기자
2022.10.20 18:14:44

기업이 사람들을 부추겨 회사의 이익을 얻는 초국가적 행동주의
빅테크 기업, 기업 가치 증가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韓유튜버들의 참전…"표현의 자유, 중요하지만 더욱 공론화시켜야"

20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망사용료 정책 관련 세미나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교수. (사진=유튜브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구글이 온라인 광고와 유튜브 채널을 동원해 망 이용대가 협상을 의무화하는 법안(가칭 ‘망 무임승차방지법’)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이 여론 조작이며 이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방송회관에서는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공동 세미나가 열렸다. 그간 논의가 망 이용대가 자체에 대한 찬반 다툼이었다면 이번 세미나는 이 싸움에 유튜버라는 집단이 구글의 입법반대운동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이것이 입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 자체를 다뤘다.

특히 미국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통신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 대학교 교수는 이같은 행보에 대해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행하고 있는 ‘초국가적 행동주의’라는 전략의 일부다”라며 “여론몰이를 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국가적 행동주의란 정치를 재편하고 한 국가의 규범이나 관습을 글로벌 기준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개인, 기업 및 비영리단체의 움직임을 뜻한다.

특히 최근에는 구글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들이 자신들의 기업가치 증가를 위해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들을 선동하고 집단적 행동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로슬린 교수는 과거 인도에 페이스북이 빈곤층에게 무료인터넷을 제공하는 ‘프리 베이시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으나 프리 베이시스가 망 중립성을 위반한다며 인도통신규제위원회(TRAI)에서 막은 것을 사례로 들었다. 여기에는 인도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한 반대 운동이 주요하게 작용했는데 그 뒷배경에는 페이스북의 인도 광고 시장 진출을 막고 싶은 구글이 있었다는 것이 로슬린 교수의 주장이다.



최근 유튜브는 망 이용대가 협상을 의무화하는 법안 제정이 이뤄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에게 ‘한국에서의 사업운영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반대 서명을 요구했다. 이를 유튜브 시청에 따른 콘텐츠 수익감소로 받아들인 유튜버들은 망 이용대가에 대한 콘텐츠를 올리며 반대여론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는 망 무임승차방지법을 당론으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흔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종명 강원대 교수는 망 이용대가를 다룬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분석, “객관적 거리두기보다는 감정이입적이며 참여를 유도하는 화법을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유튜버와 자신의 구독자와의 부족사회화, 집단 내 유튜버에 대한 확신·맹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현재 벌어지는 이슈 담론화의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망 이용대가라는 폐쇄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비(非)전문가들이 담론을 형성하면서 발생하는 잘못된 사실의 확산 등이 지적됐다. 통신 및 ICT 규제정책 분야서 20년간 경력을 쌓은 법무법인 광장의 조대근 전문위원은 “많은 유튜버들이 설명을 하실 때 과거 콘텐츠제공자(CP)와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의 구조를 가지고 설명하는데 최근은 거대 CP들이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구축해 국내 ISP와 접속하는 상황”이라며 “구글과 넷플릭스가 처음 만나는 ISP가 우리나라 통신사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터넷으로서 가지고 있는 공론장으로서의 가치, 표현의 자유 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같은 부작용을 마냥 비판하기보다는 좀 더 여론 수렴을 거쳐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이 이슈를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공자들도 매일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이 이해하기 어려운 미디어형 생태계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