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원수님 만나 일생 영광"…노동신문 꺼내보인 北가족

by원다연 기자
2018.08.24 19:28:59

北가족 체제선전에 남북가족 어색해지기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안세민(80) 할머니가 남측 동생 안광수(64), 안갑순(82) 등 가족들에게 신문에 나온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24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는 북측의 ‘총을 든 경제학자’로 불리는 안병렬씨의 딸 안세민(80)씨도 남측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자리했다.

이날 남측의 고모 안경숙(89)씨와 사촌들을 만난 안씨는 상봉행사장에서 직접 가져온 노동신문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안씨가 가져온 2013년 7월 1일자의 노동신문에는, 김일성 주석이 1957년 6월 김일성종합대학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는 사진이 실려있었다.

안씨는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이었는데 대학 건설현장에 경애하는 김일성 원수님께서 나오셨다”며 “막 떠밀려 나가다가 경애하는 원수님 앞에 바로 섰다”며 사진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 가족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는 “김일성 원수님께서 나를 가리키며 ‘학생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셔 ‘돌도 나르고 콘크리트도 만든다’고 답했다”며 “그랬더니 원수님께서 ‘참 용하다’고 어깨를 두드리셨다. 일생 영광”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같이 북측 가족들이 체제 선전 발언을 하면서 남북 가족간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지는 모습은 상봉장 곳곳에서 연출됐다. 남측의 동생을 만나러 온 편찬규(88)씨는 챙겨온 훈장을 잔뜩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우리 민족이 외세를 몰아내야한다”고 열심히 설명하자 남측 가족들은 “우리나라 좋은 나라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상봉장에 한복을 입고 나타난 북측의 강호례(89)씨에게 여동생이 ‘북에서는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사느냐’고 묻자 “우리는 민족성을 살려서 항상 치마저고리를 입습네다”고 답했다. 이에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동생 강두리씨가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우리는 그냥 이런거 입고 산다”고 웃어넘기면서 분위기는 금새 화기애애해졌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오후 단체상봉을 마치고 오후 7시경부터 환영만찬을 시작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