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구제 해결사` 권익위 역할 강해져야…위상 굉장히 중요"[인터뷰]

by권오석 기자
2023.01.18 18:30:43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국민 권리 의식 높아져…권익위의 위상 더 중요해져"
文정부 정무직 결단 주문 "정책 엇박자시 피해는 국민"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민들의 권리 의식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국민들은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권리구제를 요구한다.”

김태규(사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내에 많은 기구들이 있지만 국민 권리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권익위뿐이다. 그래서 권익위의 위상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권익위는 행정심판·부패방지·고충처리 총 3개의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김 부위원장은 국민 고충처리 분과를 맡고 있다. 해당 분과는 행정기관과 시민 간의 갈등, 혹은 행정기관의 처분에 따른 주민들 간 대립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민원을 듣고 조정하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김 부위원장은 강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현장을 비롯해 인천 한센인 마을, 죽변비상활주로 등 갈등이 첨예한 지역을 찾아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고충 민원 업무를 해본 경험이 전무했기에, 업무를 시작할 당시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매일 분쟁 속에 살아왔던 `율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곧바로 업무에 적응했다. 그는 “양 당사자 간 분쟁 요소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법원에서의 사건 해결 과정과 본질적으로 일치한다”며 “판사 경험이 큰 도움이 되면서 고충 민원 업무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두려움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권리 의식이 상승하는 만큼 권익위의 역할과 비중은 더 커져야 하며, 특히 고충처리 분야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법원의 판결에만 만족하고 그 판결이 다소 억울하거나 못마땅해도 ‘법이 그렇다면 따라간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권리 의식이 커졌다.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도 꼼꼼히 따질 능력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이어 “합법이라도 적절치 않은 구석이 있다면 시민들은 더이상 묵인하지 않고 권리구제를 요구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권익위뿐”이라며 “앞으로 권익위가 더 세져야 한다. 법원의 해법과 권리 구제에 만족하던 시민들이 법원을 넘어서는 영역에까지 정부에 요구할 거고, 그걸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부처는 권익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권익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며 위상과 맞지 않는 홀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권익위는 지난해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상태다.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전현희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기 위한 `정치 감사`라는 야권,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여권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 부위원장은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위원장을 겨냥한 듯 ‘전 정부의 정무직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의 재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믿기 쉽지 않다’고 했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서로 정책 방향이나 성격, 가치관이 달라서 엇박자를 낸다면 결국에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전 정부 정무직들이 용단을 해줬으면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권익위로 온 배경이 있다면.

△권익위 조직에 대해서 특별히 지식이 있다거나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지는 않았다. 추측하자면 판사 이력이 고려된 것 같다.

-국민 고충처리 업무를 설명한다면.

△사실 고충 민원 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 우려가 많았다. 민원도 결국 분쟁이다. 국가기관의 문제점들이 시민에게 주는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고충의 주된 부분이다. 행정기관과 시민 간의 갈등, 행정기관 처분에 따른 주민들 간의 갈등이 주로 많다. 양 당사자 간 분쟁 요소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법원의 사건 해결 과정과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법원에서 판결을 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국민 고충 업무 처리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 판사 경력이 도움이 되면서, 업무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두려움도 없어졌다.

-현장 행보가 유독 많아 보인다.

△현장에 가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다보면 해법을 빨리 찾는 경우가 있다. 이해도가 높아진다. 그래야 분쟁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갈등 조정 이후 후속 조치들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항상 확인하고 살펴야 한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설명을 드리면 후속 조치에도 도움이 된다.



-기억에 남는 민원 현장은

△모든 현장이 다 기억에 남는데, 제일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된 ‘설악산 오색약수터 케이블카 설치’, ‘울진 죽변활주로 문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현장에 두 번씩 다녀왔다.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건들이다. 케이블카 사업은 주민들이 40년 이상 바라왔던 숙원사업이다. 아름다운 국토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분들에게 조망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적으로, 시민 복지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환경 파괴 문제가 있지만 과장된 면이 있다고 본다. 죽변활주로의 경우에도 활주로가 폐쇄돼야 신한울 3, 4호기 건립이 가능하다. 원전은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이고 경제 원동력인데, 그런 것들에 장애가 생긴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그 측면에서라도 완성해낼 필요가 있었다. 권익위 전체가 매달려 결과를 만들어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찾나.

△법조인으로서 오래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매일 분쟁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타인의 분쟁을 조정하고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분쟁이 나타나는 현상 자체를 이상하게 보진 않는다. 분쟁이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장에서 소란이 일어나거나 떠드는 걸로 내가 동요하진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 고충 해결을 위한 올해 목표, 새로운 구상이 있다면

△큰 현안으론 포항 수석사격장 문제고, 임실군 수몰지역 문제 등이 있다. 주먹구구식 민원으로 사정을 봐주는 식의 해법이 아니라, 민원 제도도 정형화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서 좀 더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낼 수 있게 하겠다.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는 법원의 판결과 같은 궤도에 있다. 오히려 폭이 더 넓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달리는 국민신문고`의 겨우 올해 100회 정도 계획 중이다. 다가 오는 민원을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다가가는 식으로 말이다. 지역형 40회, 맞춤형(테마형) 60회 정도로 구상 중이다.

-감사원 특별감사의 적부(適否)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내가 권익위로 오기 전에 관련된 감사라서 그 내용을 알기도 어렵고 일일이 평가를 하는 건 부적절할 순 있다. 어떤 비위가 있어 감사를 하는 건, 감사원의 정상적인 작용에 해당한다. 물론 그걸 바라보는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감사원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사 업무의 일환으로 이뤄진다고 이해할 거고 또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쓸 것이다. 반면 감사를 수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게 있다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감사를) 한다고 평가를 할 수도 있는 거다. 기본적으론 입장 차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하는 건 내 입장에선 부적절하다. 향후에 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하는 게 맞다. 다만, 나는 조직의 구성원이자 책임자 중의 한 명으로서 조직에 미치는 파장이 최소화되길 원한다. 전현희 권익위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그거는 변호인을 통하든 본인의 억울함을 소명하고 그걸 입증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맞다. 감사원도 억울함이 없게, 그리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 객관적으로 감사하는 게 맞다. 정부 내부 싸움으로 비화되는 건 부적절하다. 정부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모든 국가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는 조직이다. 물론 견제하고 경쟁할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론 서로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자꾸 해석하고 여론이 그렇게 보도록 애쓰는 모습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억울함이 없도록 향후 절차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지기를 간곡히 원한다. 그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필요나 이해관계 때문에 조직 전체를 그 대열에 같이 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전현희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언론의 해석에 어떤 입장인가.

△언론에서 그렇게 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지적하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글을 쓴 것이다. 결국 가치관의 차이다. 기본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문제는 우리 위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요 정부부처에서 임기제로 있는 많은 정무직들이 여전히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는 게 바람직하냐는 의문이 있다. 현재 집권 2년차로 넘어가고 있는데, 신구 정권 교체기는 1년차에서 종료되는 게 맞다. 2년차부터는 새로운 구성원들이 전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결과물을 만들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이나 그 이후에 어떤 선거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2년차가 됐는데 아직도 신구 정권이 교체가 안 되고 갈등이 남은 어정쩡한 조직이 있다는 건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해소가 좀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어서 그 글을 썼던 것이다. 임기를 지키겠다는 것을 내가 위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임기를 지키겠다는 사람에게 나가라고 얘기한다면 내가 위법을 종용하는 것이다. 오롯이 본인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하지만 어떤 하나의 이슈나 사물에 대한 평가가 법적으로만 평가되지는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기존 정부에 있던 분들을 정리하는 게 맞겠다. 업무 성격에 따라 다를 순 있으나 권익위는 정부 방침이나 정책 기조에 맞춰서 움직여줘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정리돼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국민에 충실히 복무하라는 사명이 있는데, 정책 방향이나 구성원의 성격 및 가치관이 달라서 엇박자를 내면 결국에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감사원도 정부 부처인데 마치 적으로 돌리는 듯한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

-전현희 위원장과의 업무 소통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은 없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심리적으로 양해하는 폭이 넓다. 서로 매서운 소리를 해도 수용하기 쉽다. 때로는 핏대를 올리며 싸울 수 있으나 결국에는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내자는 과정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신구 정권의 구성원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자칫 심각한 충돌로 보일 수 있다. 완전한 형태의 충분한 소통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사소하게 하는 말도 곡해돼서 기사화가 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어 말도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신구 정권의 가치관은 100% 다르다. 전 정부는 큰 정부를 추구하고 재정 정책을 주로 쓰는 정부였다면 현 정부는 작은 정부고 민간에 자율을 맡기는 정부다. 가치관이 다른 정부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고충처리 분야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법원의 판결에만 만족하고 그 판결이 다소 억울하거나 못마땅해도 ‘법이 그렇다면 따라간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권리 의식이 커졌다.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도 꼼꼼히 따질 능력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권리 의식이 커졌다.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도 따질 능력이 생겼다. 합법이라도 적절치 않은 구석이 있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권리구제를 요구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정부기구 중에서 권익위뿐이다. 앞으로 권익위가 더 강해져야 한다.

조직이 더 잘 돼야 하는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다른 부처들로부터 실제 위상에 안 맞는 홀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안타깝고, 좀 더 일치단결해서 앞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 권익위의 원래 기능을 찾았으면 한다. 전 정부 정무직들이 용단을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