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본업이 헷갈리는 보톡스 기업들

by류성 기자
2021.06.29 16:29:49

메디톡스,대웅제약 끝없는 상호비방 및 소송전 우려
양사,균주도용혐의 소송전 올해로 6년째 계속
ITC 소송 끝났지만 상호비방전 계속하며 소모전 지속
업계,“보톡스 세계시장 석권할 골든타임 놓칠수도”
ITC 판결로 윤곽 밝혀진 이상 타협통해 마무리해야

[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메디톡스의 수많은 불법·부정행위들을 낱낱이 규명하고,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거짓 주장에 대한 진실을 밝혀 반드시 승소할 것이다.”(대웅제약)

“미국에서의 소송 목적은 달성했지만 대웅의 불법행위에 대한 우리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며, 한국 법원에서도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메디톡스)

수년째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이전투구’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톨리늄 제조공정 영업비밀과 균주를 도용했다고 판결, 법적소송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양사간 법적 다툼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두 회사간 법적소송전은 올해로 6년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2016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자사의 보톨리늄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는 혐의로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게 발단이다. 이어 같은 해 메디톡스는 서울중앙지법에도 똑같은 혐의로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두 회사는 미국 ITC 소송전은 끝냈지만 여전히 국내 법원에서는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 양사는 법적 소송외에도 상대방 흠집내기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료 사용, 시험 자료 조작 등 불법행위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며 공시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를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동시에 대웅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자료 조작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이달 중순 메디톡스(086900)는 “대웅제약(069620)이 나보타의 개발 경위를 수 차례 허위로 공시하고, ITC 판결로 예견할 수 있는 피해 내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면서 대웅제약에 과징금 부과 및 형사고발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두 회사가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수년째 소송전쟁에 매달리면서 양사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지난해 메디톡스 매출은 1408억원을 기록, 전년(2059억원)에 비해 32%가 줄어들었다. 2018년 855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도 지난해에는 적자 371억원으로 전환됐다. 대웅제약 또한 지난해 매출은 1조554억원에 머물면서 전년(1조1134억원) 대비 6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70억원을 거두면서 전년 447억원보다 62% 축소됐다. 두 회사는 올해 실적도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회사의 법적다툼이 장기화하면서 이들 회사를 바라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속마음도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 업계는 무엇보다 두 회사간 소송전이 나라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주목을 끌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대외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두 회사간 소송전으로 인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보톡스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본업이 제약사업인지, 법적 소송사업인지 헷갈린다는 비아냥 소리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사실 ITC 판결로 두 회사간 법적다툼의 내막과 진실이 충분하게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소송전은 양사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두 회사 오너가 만나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을 통해 지루한 소송전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이제는 본업에 충실할 시점이다.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한방향으로 매진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더이상 걸림돌로 작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