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와해에 온건파 단체 부상…`유치원 대란` 우려 덜었다

by신하영 기자
2019.04.22 16:32:15

무리한 개학 연기로 법인지위 잃고 친목단체 전락
인천·경기 전 지회장 탈퇴…회원이탈 가속화할 듯
온건파 전사련·한사협 부상…“집단행동 자제” 강조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왼쪽)이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에 대한 이의제기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지난달 초 무리한 개학연기 투쟁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결국 법인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가 와해됨에 따라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과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련)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부 정책에 강경 일변도로 일관한 한유총과 달리 온건파로 분류돼 온 이들은 휴원·개학연기 등 집단행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주무관청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유총이 지난달 3일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에 반발, 개학연기를 강행한 행위를 `공익을 저해한 행위`로 판단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은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유아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 등 공익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법인설립을 허가받은 한유총은 25년간 유아교육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70% 이상을 회원으로 보유한 때문이었다. 2002년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반대 운동을 펴 이를 무산시켰으며 2012년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제고방안도 저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청은 수년에 걸쳐 휴·폐원을 선언하며 전국의 학부모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적 불안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한유총이 법인지위를 상실하고 친목단체로 전락함에 따라 회원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과의 협상력을 잃은 한유총에 잔류할 회원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유총을 탈퇴한 박진원 전 인천지회장은 한사협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송기문 전 경기지회장도 지난달 15일 한유총을 탈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유총 내 온건파들이 떨어져 나온 한사협과 2010년 설립된 전사련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단체는 그간 휴원·폐원 등 집단행동을 지양하겠다고 밝혀왔다. 한사협은 지난달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사회문제로 부각하자 “유아교육에만 전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향후 한사협과 전사련을 정책파트너로 인정하고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전면 도입 등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사련과 한사협 모두 집단행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유치원 대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 단체와 에듀파인 전면 도입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