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군사대화 재개 최우선 과제…대만 문제 난관

by이명철 기자
2023.11.13 17:26:50

15일 APEC 열리는 미국서 바이든·시진핑 양자 회담
“이-팔 전쟁, 대만, 펜타닐, 공정무역·경제 등 의제 예상”
낙관론 나오지만 중대 발표 없을수도…대만 문제 등 변수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이달 15일(현지시간) 열릴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두 강대국의 수장들이 만나 전략적 합의를 도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대화 재개와 함께 대만 문제 간섭, 수출 제한 등 첨예한 안건들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달 15일 두 정상이 다시 만나면 1년여만에 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사진=AF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이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회담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과 러시아 관계, 대만, 인도·태평양, 인권, 펜타닐 마약, 공정 무역·경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정상회담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12일(현지시간) 미·중 전문가들의 전망이라며 “1년만에 열리는 대면 정상회담이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의견 차이가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데 도움 된다고 믿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같은날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으며 국가원수 외교 전략으로 중·미 관계가 하루빨리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정상회담 성사 여부조차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날이 선 모습을 보였다. 최근 미국을 찾았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주 미국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 국무원 부총리가 만나면서 중국의 제스처도 한결 완화됐다.

GT는 “양측은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합의를 모색하며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하고 경제 성장, 금융 안정성, 규제를 포함한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과 접촉을 모색하고 있으며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공통분모 모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미국도 점차 정상회담 의제를 언급하면서 중국과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CNN 등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 통신을 끊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재건하고 싶어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대화 재개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릴 예정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12일(현지시간) APEC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AFP)


미·중이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대화 재개를 내년 재선 성공을 위한 카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옐런 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중국으로 잇달아 보내며 대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격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국가, 러시아 등과 소통하고 있는 중국과 군사 대화를 복원하는 등 성과를 거둔다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다시 드러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와 반도체 등 기술 수출 제한으로 경제 회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까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이유도 일부 제재 완화 같은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크다.

중국 매체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징벌적인 관세 등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선 진전 사항이 없다고 불만을 표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오랫동안 갈등을 벌인 양국간 의견 차이가 컸던 만큼 대대적인 ‘중대 발표’가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측이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 교류를 강화하는 정도로 정상회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예민한 대만 문제는 쉽사리 합의가 되지 않는 사항이다. 하나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대만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도 중국에게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어디까지 선을 지키며 적절한 수준의 타협을 이룰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현재 중·미 관계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했고 양국 관계를 안정하고 개선하려면 갈 길이 멀다”면서도 “양국이 모든 부문에서 노력해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