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9.19 군사합의 의문…軍은 인내심 발휘하며 北 도발 주시만"

by김관용 기자
2023.10.12 16:53:59

국회 국방위원회, 합동참모본부 등 작전 부대 국감
김승겸 의장, 현역 고위 장성 중 첫 공식 문제제기
"감시범위 제약…9.19 합의 어떤 기능하고 있나 의문"
하마스 기습 관련 "北도 선택 가능한 방법, 대책 마련"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우리 군의 대북 감시가 제약받고 있다며 합의 준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역 고위 장성이 9.19 군사합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김 의장이 처음이다. 여당 출신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우리 군의 감시정찰능력 제한을 이유로 그 ‘효력 정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의장은 1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합참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로 정찰기의 감시범위가 축소됐느냐’ 질문에 “군사합의로 인한 (비무장지대 인근) 비행금지구역 설정 때문에 감시범위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우린 (북한을 감시·정찰할)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접경지에서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감시할 순 있지만, 그 주기가 길어졌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9.19 군사합의 이후에도 수차례 무력 도발을 통해 이를 위반한 데 대해선 “군은 인내심을 발휘해 북한이 도발해도 주시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효과가 달성됐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는데 과연 9.19 군사합의가 어떤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나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정부·여당과 궤를 같이 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평화를 어떻게 지키는지가 문제”라며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대북심리전용 확성기를 다시 설치해 가동하는 문제에 대해선 “필요할 때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과 관련 “양상은 북한이 앞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이와 유사하게 할 것이란 점에서 시사점이 많다”고 평가하면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보완할 게 없는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수천발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하고 동력 패러글러이더 등을 이용해 전투원을 침투시키는 등 기습 공격을 가했다.

김 의장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700여문의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건 300여문 정도로 평가된다. 다만 김 의장은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공격에 “무력화된 건 아니었다”면서 “기습, (이스라엘의) 정보 및 감시·정찰 부족, 다양한 기만적 수단으로 (하마스가) 초기에 기습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측의 관련 정보 수집에 허점이 있었고, 특히 과학화경계체계에 대한 과신과 방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피해가 커졌다는 의미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9.19 군사합의의 효용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로 우리의 정찰 능력이 제한되고 있고 북한은 지키지도 않고 있다며 효력정지를 주장한 반면, 야당은 그랬다간 북한에 도발 명분만 주게 된다며 유지하는 게 맞는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