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도 안나왔는데 비는 또 온다니…” 침수피해 상인들 ‘한숨’

by황병서 기자
2022.08.31 17:47:42

동작구 전통시장 돌아보니
이달 초 폭우피해 복구 아직 진행형
추석 대목 앞인데…또 태풍 소식에 ‘긴장’
“지원금 왜 안주냐” 분통…“추석 전 지급예정”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놈의 비는 도대체 언제 그치는 건지…”

31일 아침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에서 만난 정육점 사장 A씨는 가게 앞 진열대를 걸레로 닦으며 원망스러운 듯 하늘을 올려봤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철렁하죠.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봐서요.”

이달 초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옷가게가 31일 옷가지들을 간이 진열대에 모아 판매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지난 8일 오후 5시 30분께 A씨의 가게는 성인 남자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찼다. 당시 동작구엔 시간당 141.5mm의 폭우가 퍼부었다. 가게 앞 도로의 맨홀 뚜껑들이 지면 위로 튕겨 올랐고 오토바이가 둥둥 떠다녔다. 냉동된 고기를 진열하기 위해 가게 앞에 설치한 외부 진열대 기계도 물에 잠겼다. A씨는 “기계를 고치는데 480만원 정도 들었다”며 “태풍이 북상해서 올라온다는 일기예보를 봤는데 피해가 또 나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재지변이긴 하지만 지자체가 말로만 하지 말고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을 빨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A씨만이 아니다. 이날 동작구 성대전통시장과 남성사계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사이에선 추석 대목을 앞둔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마가 할퀴고 간 지 어느새 3주가 지났지만, 적지 않은 가게들은 여전히 내부 수리로 분주했다. 성대전통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냉동고가 물에 잠겨 수리하느라 영업을 못하다 겨우 지난주부터 문을 열었다”며 “그간 손님을 받지 못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아직도 100% 복구는 안됐다”고 말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귀금속 진열대 높이까지 물이 차서 진열대를 모두 바꿨다”며 “귀금속들도 제대로 진열도 못 하고 한데 모아서 진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 본 것만 따지면 5000만원 이상”이라며 “아직도 내부 문짝을 수리하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맞은편 속옷 등을 판매하는 옷 가게도 피해복구에 바쁘다 보니 매대 진열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인 D씨는 “옷을 일일이 분류해서까지 진열해서 팔기에는 아직까지 여유가 없어, 한 데 모아 진열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약속한 지원금 지급이 더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동작구에서 점포당 수백만원의 복구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두 시장의 상인들은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피해를 얼마만큼 봤는지 현황 파악을 해간 지가 언제인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추석이 코 앞인데 아직 아무 말이 없는 건 너무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동작구청 관계자는 “전날 추가경정예산으로 점포당 지원금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랐다”면서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최대한 추석 전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