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없앤다는데 `내 앞길은`…대선 직전 숨죽인 공직사회
by이명철 기자
2022.03.07 16:20:50
장·차관들 외부일정 최소화, 대선 판세 숨은 관심
이재명 "기재부 개편"…윤석열 "여가부 폐지" 공약
기후에너지부·동물복지진흥원 신설 등도 관심사
차기정부 정책 대응도 고심…두 가지 버전 준비까지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직사회가 숨죽이고 있다. 공무원 신분 때문에 대놓고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어느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되는지에 따라 본인은 물론 조직 운명도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 경제 기획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분할과 여성가족부 폐지 등 조직 개편 여부가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경.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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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가에 따르면 주요 정부 장·차관들은 선거철인 이번 주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 중이기도 하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소문을 퍼트리지는 않지만,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선 판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강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담긴 정부 조직 개편의 실현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정책 공약집에 담지는 않았지만 연설과 인터뷰 등을 통해 기재부 조직 개편을 공언한 상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강조하던 이 후보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한 기재부와 자주 부딪혔다. 이에 이 후보는 기재부의 예산기능을 떼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에 따라선 기재부가 최대 5~6개 부처로 나뉘거나 다른 부처로 편입될 수 있단 관측도 있다.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기재부 조직이 나뉠 경우 승진 등이 수월해지거나 일부 부처가 세종을 떠나 서울로 이전할 수도 있어 일말의 기대감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기재부 직원은 “부처가 나뉜다고 꼭 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청와대나 다른 부처의 압박, 간섭이 심해질 수도 있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이 밖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통합 추진할 기후에너지부 신설, 여러 부처에 나눠진 동물 관련 업무를 총괄할 동물복지진흥원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기해 관계부처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청와대 해체와 대통령실 조직 슬림화를 조직 개편 우선 항목으로 내세웠다. 정부부처 중에는 여가부 폐지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시대적 소임이 당한 여가부를 폐지하고 가족 보호와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적극 대응할 별도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게 윤 후보 공약이다.
윤 후보와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여가부를 양성평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세운 바 있다.
차기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대응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골칫거리다. 한 특정 후보가 우세한 경우 공약에 맞춰 앞으로 국정 과제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두 가지 안을 모두 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부처들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모두 대비해 두 가지 버전의 정책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후보는 대대적인 정부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 등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 기본소득 패키지 등 대규모 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윤 후보는 규제 혁신을 통한 민간 기업 활성화를 제시하는 등 두 후보간 경제 정책 기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경제정책팀 수장인 홍 부총리는 대선 전 공직사회에 대해 이번 정부 마지막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 주 대통령선거일이 있고 5월 새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현 경제팀은 정부 교체기 마지막 순간까지 현안 대응과 정책 수행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진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