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21.11.11 22:00:00
반도체·배터리·바이오…핵심 원자재 해외 의존도 높아
기업이 나서 지분 인수 등으로 공급망 개척
중국 등 정부 지원으로 공급망 경쟁력 갖춰
산업서도 시장경쟁력 갖추고 급부상 ‘위협’
[이데일리 함정선 김영환 신중섭 기자] 요소수 대란은 한숨을 돌렸지만, 산업계에서는 오히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망 경쟁력’이 곧 시장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 중인 산업조차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배터리의 대부분 소재는 자급률이 0%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다 해도 반도체나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 소재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간 기업들이 나서 해외 원자재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노력을 펼쳐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 오래전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공급망 관리 계획과 지원, 시스템을 갖췄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34.6%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간은 원료 소재의 부재와 빈약한 내수 시장 규모에도 기업들이 생산기술력을 갖추고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략 등을 펼친 덕이 컸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그동안 내수에만 국한됐던 중국이 위협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을 키우고 있는데, 그 기반에는 공급망 경쟁력이 있다.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글로벌 원료 소재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운 덕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의 90% 이상을, 코발트는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시장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배터리 원료 소재인 수산화리튬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82%에 이른다. 또 다른 핵심 소재인 망간의 수입 의존도는 99%이며 흑연은 88%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수요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시장의 충격도 고스란히 안고 가는 형국이다. 올해 수산화리튬의 수입량은 2.3배 늘었지만, 수입액은 4.6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해외 자원 개발에 소극적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에서 진행 중인 리튬 개발사업은 사업 철수를 진행 중이며 배터리 핵심 소재 중 니켈과 망간을 제외한 핵심 광물의 생산 사업이 아예 없을 정도다.
그나마 배터리사들이 호주 등의 광산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거나 중국 생산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공급망 위기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조성대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언제든 공급망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상시적으로 공급망을 점검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한계 상황이 오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는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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