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따라 미중 무역분쟁 관련 대책회의…'로우키' 전략 바뀌나

by김형욱 기자
2018.07.11 16:42:47

산업부, 11일 회의·민간간담회 잇따라 개최
中 반격 등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수립키로
美 자동차 수출관세 인상 추진엔 적극 대응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정부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한 대책 회의를 잇따라 연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침묵 속 ‘로우키(low key)’ 전략을 유지해 온 정부의 대응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성천 통상차관보가 12일 오전 미·중 무역분쟁 실물경제 대응반 회의와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간담회를 잇따라 연다고 11일 밝혔다.

대응반 회의에는 코트라와 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과 업종별 단체, 관련 연구기관이 참석해 미국이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 중국 수입품 10% 추가 관세부과 계획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다. 미국 측 공세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앞으로의 전개 상황, 그에 따른 우리의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논의해 마련할 예정이다. 곧이어 열리는 간담회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국장과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추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산업부 등은 이날 간담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19~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공청회에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해 우리 측 의견을 피력한다. 하루 뒤인 13일엔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이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불러 정책점검회의를 연다. 역시 미·중 무역전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로우키’ 전략을 유지해 온 정부의 기조도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나 공식 대응 움직임을 자제해 왔다. 갈등의 당사국이 아니고 갈등에 따른 피해 규모도 크지 않은데 굳이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8~11일 인도를 국빈 방문했다. 미·중 양국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 지역을 인도나 아세안(동남아), 러시아 등으로 확대하려는 신(新) 남·북방정책에 따른 것이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 우려보단 중장기적으로 미·중 의존도를 낮추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앞으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통상장관 간담회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김 부총리는 지금까지 관련 공식 행보 없이 침묵을 지켰었다. 특히 미 당국의 수입차와 수입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에 대해서만은 적극적으로 목소릴 낼 계획이다. 자동차 관세 장벽은 안 그래도 수출 감소로 고전 중인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다. 김 부총리도 오는 21~22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제외 필요성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미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수입이 자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노린 것이다. 현지 언론은 미 정부가 현재 2.5%인 수입차 관세를 열 배인 25%까지 올리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반도체 호조에 힘입었던 우리 수출 상황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0억달러(약 15조6800억원)로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 조업일수가 7.5일로 1년 전보다 0.5일 늘었음에도 전체 수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앞선 17개월간 증가세를 이어가던 수출은 올 4월 1.5% 감소한 후 매달 들쭉날쭉하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중 통상갈등은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어서 어느 쪽도 편들기 어렵다”면서도 “자동차 관세 땐 업계 차원에서 대응했던 철강 관세 부과 때와 달리 관계부처가 모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3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정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기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