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로 사다리차 500m 우회..'골든타임' 놓쳤다

by조유송 기자
2017.12.22 17:37:09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 막고 있던 불법 주차 차량이 옮겨지는 장면이 인근 상가 CCTV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5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현장 진입로 상의 불법 주차로 인해 명구조 등이 지연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당국이 고층에서 구조한 사람은 1명이다.

소방청의 제천 화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로 6m 폭의 건물 주변 진입로 양쪽에 있던 불법 주차 차량을 꼽았다고 22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소방청은 이 문건에서 출동 당시 불법 주차로 인해 지휘차와 펌프차만 먼저 현장에 근접하고, 굴절사다리차 등은 500m를 우회해 진입했다고 설명한 뒤 “이로 인해 초기 진압과 인명구조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각각 1대씩 화재 현장에 출동한 굴절사다리차나 고가사다리차는 양쪽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아웃트리거’가 달렸는데, 이 장치가 정상 작동하려면 사다리차 양옆으로 일정 공간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화재건물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들 탓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출동 소방관들은 사다리차를 작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진입로 상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사다리차 출동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아웃트리거 작동도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며 “불법 주차된 차량은 견인차가 끌고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소방로 확보가 안 돼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화재 진압은 3분, 4분이 골든타임인데 이 건물에 진입하는데 사실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즉, 소방로 자체가 확보 안 돼 있다”며 2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이어 “주차 차량이 길을 막고 있다 보니까 신속한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화재 시 소방로를 확보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제천 화재 사고가 발생한 후 이와 관련한 청원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 막고 있던 불법 주차 차량이 옮겨지는 장면이 인근 상가 CCTV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