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실사 그 후]③결과론? 그래도 부인 못할 `장밋빛 전망`

by김도년 기자
2016.08.11 16:28:18

신평사·증권사, 2016년 유가 전망치 내리고 신규 수주 예상액 100억불도 안돼
"시장은 비관적인데…연 110~120억불 수주 전망은 지나친 낙관주의"
'비관적 수사 넘쳤지만'…증권업계, 대우조선 현금부족 예상 못하기도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삼정KPMG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실사보고서에서 나타난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가 왜 금융당국이 ‘장밋빛 수주 전망’에 근거한 실사 결과를 기초로 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수립했느냐다. 금융당국은 조선업계가 수주절벽을 겪고 있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당시 국제유가나 자본시장이 예상하는 수주 전망을 놓고 볼 때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삼정KPMG는 실사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 110억~120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가 들어올 것으로 가정하고 미래 영업실적을 추정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0억2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 실적을 보인 것에 비하면 결과적으로는 과도한 추정이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방안이 나오기 전인 작년 10월 국제유가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2016년 브렌트유 가격을 기존 배럴당 57달러에서 53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2달러에서 48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기존 2017년 전망치에서는 5~7달러 정도씩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재고와 과잉 공급으로 인해 저유가가 더 오래 유지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유가는 조선업계 수주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조선사는 크게 상선과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으로 매출이 구성되는데 특히 원유 시추 설비 등을 제작하는 해양플랜트는 국제 유가 변동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유가가 낮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면 발주처는 원유를 생산해도 수지가 맞지 않아 조선사에 해양플랜트 발주를 미루거나 기존의 해양플랜트 설비마저 하자나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인도일을 늦추려는 유인이 작용한다. 유가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내려오는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매년 110억~120억달러의 신규 수주 전망은 다소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작년 3분기 당시 증권업계의 신규 수주 전망과 비교해도 삼정KPMG의 가정은 낙관적이다. 지난해 7월14일 유안타증권이 낸 ‘조선업종 15.3Q 투자전략’ 보고서를 보면 2015년과 2016년의 신규 수주 전망을 각각 103억달러와 98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선(LNG선), 생산설비가 골고루 호조를 보이기 어렵기 때문에 100억달러를 밑도는 수주 실적을 보이리란 것이다. 이 증권사는 같은 해 11월 신규 수주 전망치를 수정했는데 2015년은 46억달러, 2016년은 56억달러였다.

당시 자본시장의 조선업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지만 수익성 회복 시점이나 현금흐름 예상치 등에서는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혼재된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 실사가 한창 진행되던 작년 8월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위기의 조선산업 수익성 회복시점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조선사들은 2016년까지는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했다. 2016년까지는 공정 과부하가 지속되고 프로젝트들의 원가율 추가 상승 가능성 등으로 저수익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공사들이 2016년까지 대부분 인도되고 원가율도 안정화하면 점차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당시 대우조선이 현금부족액이 발생할 것까지도 예상하지 못했고 실사보고서보다도 실적을 장밋빛으로 예측하는 증권사도 상당수 있었다. 작년 10월 신영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의 2016년 평균 매출액 전망치는 14조117억원으로, 13조5432억원으로 추정한 실사보고서가 좀 더 보수적이었다. 증권사 평균 기말 현금 예상치도 2016년 3888억원, 2017년 5251억원으로 기말에 현금 부족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큼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짤 때는 올해와 같은 최악의 수주절벽을 예상할 수가 없었다”며 “현재를 잣대로 과거의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