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테라 윤석민 부대표 "임대아파트는 고급이면 안되나요"

by양희동 기자
2014.12.04 17:48:38

국내 첫 민간건설임대아파트 ''신도림 아이파크''공급
분양 전환 없이 최대 15년까지 거주 가능해 눈길
민간임대 활성화 위해 지자체의 협조와 도움 절실

△국내 첫 순수 민간임대아파트인 ‘신도림 아이파크’를 선보인 일양테라의 윤석민 부대표.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임대아파트도 고급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윤석민(사진·32) 일양테라 부대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순수 민간건설임대아파트인 ‘신도림 아이파크’를 최근 시장에 선보였다. 신도림 아이파크는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에 들어서는 지하 2층~지상 27층, 총 189가구 규모 아파트로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과 인접한 초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전 가구를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단일면적(전용 57㎡)으로 구성했고, 임대료를 주변 전셋값 수준(보증금 3억원·월세 15만~25만원)으로 책정해 상품성을 높였다. 또 분양 전환없이 재계약을 통해 최장 15년까지 살 수 있어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 수요를 파고 들었다. 특히 민간임대아파트는 사업주가 건물을 담보로 잡히거나 금융권 등이 압류를 걸 수 없어 세입자가 보증금을 때일 염려가 없다. 보일러와 수도 등 시설물 보수도 모두 사업자가 책임진다.

윤 부대표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품질 우려를 없애기 위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적용하고 후분양을 통해 수요자가 상품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주요 타깃은 IT기업이 밀집한 구로지역과 인근 여의도 등에 직장을 둔 30대 신혼부부로 삼아 집중 공략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 1~2일 이틀간 진행한 청약 신청에서 평균 4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예상대로 청약자 대부분이 30대 직장인이었다.

이 아파트가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사업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이다. 단지가 들어설 부지(5610㎡)는 윤 부대표의 부친인 윤일중(64) HK밸브 대표가 1980년대부터 소유해온 땅이다. 그의 일가는 60여년전부터 대를 이어 일대에서 상·하수도 밸브를 생산해 조달청 등에 납품해왔다. 1990년대초 공장을 경기도 안산시로 옮기면서 땅을 대부분을 팔았지만 해당 부지만은 수십년 사업을 일궈온 곳이란 애착 때문에 남겨뒀다.



윤 부대표는 “신도림역에 디큐브시티 등 복합상업시설이 들어선 이후 주거 수요가 많아지면서 역세권 입지를 살린 주택 임대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3년간 NPL(부실 채권) 및 부동산·인프라 자문 업무를 하면서 주택 임대 사업에 미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막상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 인근 주민 반발이 거셌다. 혐오시설인 싸구려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건축에 법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구청 등도 사업주가 알아서 주민들을 설득하라며 뒷짐만 졌다. 그는 이 사업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맡은 김혁민 아이담디엔씨 대표와 함께 주변 단지를 돌며 한 곳당 2~3개월 이상 설득 과정을 거쳤다. 결국 공사 소음 등에 대해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한 후에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윤 부대표는 “현재 지지부진한 민간 건설임대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는 등 관계 기관의 협조와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토지 매입비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양도세 감면 등 사업주에 대한 혜택도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림 아이파크에 입주할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법률에 따라 1년에 5%내에서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월세 인상보다 약 560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운용해 수익을 낼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부대표는 “신도림 아이파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다른 곳에도 민간 임대주택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만큼 업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정률 약 95%로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신도림 아이파크’아파트 외부(왼쪽)와 단지 앞 도림천(오른쪽). [사진=일양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