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버터없는 버터맥주' 제조정지 일단 유보…"경찰 수사 보고 결정"

by남궁민관 기자
2023.04.11 16:43:55

뵈르비어 제조사 부루구루 1개월 제조정지 사전통보
감경 기준 등 고려해 형사고발 결과 반영키로 결정
"소비자 혼란 준다" 식약처 판단은 유지…처분 가능성 여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뵈르비어’ 제조사 부루구루에 내린 1개월 제조정지 행정처분을 일단 유보키로 했다. 앞서 식약처는 이번 행정처분과 함께 부루구루를 경찰에 형사고발 했는데 수사 결과에 따라 제조정지 여부 및 수위를 다시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뵈르비어’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뵈르비어.(사진=GS리테일)
11일 부루구루 등에 따르면 식약처는 부루구루 측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지난달 두 건의 의견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사전통보했던 1개월 제조정지 행정처분을 일단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부루구루 측 법률대리인이 제조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한 내용을 수사중인 상황을 고려해 수사결과 반영을 요청했다”며 “식약처 행정처분 기준에는 형사절차에 따라 기소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을 경우 감경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정처분의 기준에는 기소유예를 받을 경우 2분의 1, 선고유예 판결 시 3분의 1 범위에서 감경 처분이 가능하다.

뵈르비어는 부루구루가 버추어컴퍼니와 함께 제조하고 GS리테일(007070)이 유통·판매 중인 수제맥주 제품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 지난해 9월 출시돼 단 43일만에 100만캔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단기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히트 상품이다.



다만 식약처는 뵈르비어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대한 법률’ 제8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버터가 들어있지 않지만 프랑스어로 버터를 뜻하는 ‘뵈르’를 제품명에 넣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제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버터맥주’ 표현을 넣어 더욱 혼란을 부추겼다고 봤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달 3일 부루구루에 1개월 제조정지를 사전통보하고 부루구루·버추어컴퍼니·GS리테일을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식약처는 이번 행정처분 유보 결정과 별개로 “뵈르비어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통상 행정처분과 형사절차에서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식약처가 이같이 판단에 확신을 갖는 한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제조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제조사들은 “버터를 넣지 않고 ‘뵈르’라는 상표 또는 브랜드를 사용한 것이 범죄 사실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GS리테일 측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공식 입장을 통해 “상품의 콘셉트와 특징을 담아 닉네임을 붙이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고객과 소통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당사가 고객을 속이기 위해 ‘버터맥주’라는 용어를 고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