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타깃 되면 주가도 출렁…"수준높은 요구 필요"

by김보겸 기자
2023.04.03 17:01:52

행동주의 타깃 된 DB하이텍·SBS 등 주가 급등락
얼라인 안건 부결되면서 주가 급락한 JB금융지주
"전문성, 책임성 없이 단기수익 추구 지양해야"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달 주주총회 시즌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상장사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사들였다는 소식에 주주환원 기대감 속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다가도 테마주로 인식되면서 출렁이기도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주가에 치중하기보다는 주주권리 강화 등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사들이거나 주주제안을 한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졌다. 작년 하반기 이후 KT&G(033780), DB하이텍(000990), JB금융지주(175330) 등 행동주의 펀드의 대상 국내 기업 수는 27개에서 47개로 1년 사이 74% 늘었다.

DB하이텍(000990)은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펀드(KCGI)의 지분 확보 소식에 급등했다. 지난달 30일 KCGI는 장 마감 후 DB하이텍 지분 7.05%를 매수했다는 공시를 냈다. 이후 DB하이텍 주가는 다음날 18% 넘게 올랐다.

SBS(034120)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입장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난달 20일 얼라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에 15% 가까이 급등한 SBS 주가는 얼라인이 “공개 주주활동을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10%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금 얼라인 측이 추천한 이남우 연세대 객원교수를 SBS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는 공시에 6% 넘게 올랐다.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30일 JB금융지주(175330) 주총에서 얼라인이 제안한 △주당 900원 배당 △독립성 강화 위한 김기석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안건이 모두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직전 고점이었던 1월27일(1만850원) 대비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다.

주주 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고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면 다른 주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의 구조적 성격 내지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인센티브체계 등으로 인해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주주권 남용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시작 시점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에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특성상 주가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행동주의 캠페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높은 수준의 요구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연구원은 “기업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단순히 이의를 제기하는 것보다는 책임성, 투명성, 주주권리 강화 등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가져오도록 함으로써 다른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 강화에 기여해야 성공할 가능성뿐 아니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