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CC 운임 상승세..유조선 발주 기대감↑

by하지나 기자
2023.02.20 17:22:26

美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에 물동량 증가 기대
러시아 원유 감산 영향으로 톤마일 효과 전망도
VLCC 노후교체 수요 등으로 발주 증가할 듯
국내 조선사 고부가선 초점..실제 수주 미미할 수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황 호조에 따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탱커 발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VLCC 중동-중국 운임지수(WS)는 전주보다 17.2% 상승한 68.27을 나타냈다. 발틱거래소 VLCC 스팟운임(TCE)역시 2만3300달러를 기록하며, 1월말(1만1200달러)대비 2배나 올랐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운송거리가 늘어나면서 VLCC 운임도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 발표 등 물동량 증가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운임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 13일 미국 에너지부는 오는 4월부터 전략비축유 26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밝혔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러시아의 원유 감산 결정 등으로 유가가 오름세를 나타나자 당초 계획대로 비축유를 시장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제한에 반발해 하루 50만배럴의 원유 감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한 고망간강 연료탱크가 탑재된 초대형원유운반선 모습
시장에서는 VLCC 운임이 당분간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대신해 미국이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데 운송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선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톤마일(ton-mile)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유조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원유운반선 발주량은 91척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210척)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VLCC는 노후교체 수요가 30%에 육박한다. 선박은 통상적으로 20년 정도 사용하면 폐선하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 선령 15년 이상 VLCC 노후선 비중이 전체 2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조선가의 선행지표인 중고선가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 VLCC 중고선가지수는 123.93으로 전주보다 0.5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평균 중고선가지수는 106.21이었다.

다만 최근 고부가가치가 높은 선종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선 국내 조선업계가 VLCC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국내 조선사들은 연간 수주목표의 20% 이상을 달성한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총 24척, 37억7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24%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도 총 20억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치의 20%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VLCC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으로 상대적으로 이익폭이 크지 않은 VLCC 보다는 LNG선 등 고부가선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