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니 얇아진 월급봉투, 일손 구하기 어려워진 자영업

by최정훈 기자
2022.04.28 14:55:40

1~2월 명목임금 7.5%나 늘어났는데
물가 감안하니 실질임금 고작 +3.7%
자영업 위주로 `빈 일자리`도 늘어나
임금인상 압력에 물가상승 자극할 듯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에 새로운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직장인의 임금 가치는 낮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이제야 기지개를 피려는 자영업자는 구인난에 시달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고용노동부의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1월과 2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20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 증가했다. 액수로는 지난해 1·2월보다 월 평균 임금이 29만4000원이 오른 셈이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56만2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16만6000원) 증가했고, 300인 이상은 746만3000원으로 14.2%(93만원) 늘었다.

고용부는 올 들어 임금의 증가한 이유는 전반적으로는 제조업, 금융·보험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에서 성과급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300인 이상 임금 인상률 확대는 반도체 관련 제조업에서 성과급 확대 등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400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14만5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즉, 월급이 30만원 올랐지만 물가도 덩달아 올라 실제로 오른 임금은 15만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통장에 찍히는 명목상 임금이 오른 것에 비해 증가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다.

근로자 1인당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 추이(단위: 천원,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문제는 지난 1월과 2월의 소비자물가가 3.6%나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상승률(2.5%)을 두 달 만에 넘긴 수치다. 특히 아직 임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물가 급등으로 인한 임금 가치 하락은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외 신임도 높은 기관 등에서 올해 높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 계속 언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4% 정도의 물가 상승률을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과장은 이어 “전체 명목임금 상승률 분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임금 상승률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며 “명목임금 상승률이 4%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회복 국면에서 고용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에서 구인난이 발생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구인난이 발생하면 임금인상 압력이 강해지면서 가뜩이나 거세진 물가 상승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908만5000명으로 지난해 3월(1만860만명)보다 48만5000명(2.6%)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종사자가 11만9000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6만7000명), 숙박·음식점업(5만6000명) 순으로 종사자가 많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에 가장 타격 받은 업종 중 하나인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는 지난 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종사자가 증가했다.

빈 일자리 수 동향(자료=고용노동부 제공)


문제는 구인난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빈 일자리` 3개월 연속으로 20만 개 이상 나타났기 때문이다. 빈 일자리는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될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즉, 즉시 채용을 했다면 통계에 파악이 되지 않을 수치인데, 채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파악되는 지표로 구인난 상황을 설명할 때 쓰인다.

빈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10만개 초반을 유지했다. 이후 지난해 차츰 오르기 시작하던 빈 일자리 수는 올해 1월 20만5000개를 기록했다. 이후 △2월 22만1000개 △3월 22만개 등 계속해서 20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 과장은 “빈 일자리 지표는 종사상 지위나 업종, 다양한 채용 관행이나 형태 등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제조업 같은 경우에 현재 빈 일자리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