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들 "코로나後 자산버블 붕괴 우려…부채위기 막아야"(종합)

by공지유 기자
2021.09.07 18:52:40

기재부-KDI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
프랑켈 美 교수 "위험자산 폭증, '에브리씽 버블' 붕괴 위기"
"한국 확장재정, 美 긴축기조 대비해 정상화 필요"
G20 협력 강조…"급격 긴축 자제, 완충자본 마련해야"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신흥시장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자산시장 거품(버블) 붕괴와 국가채무 급증이 글로벌 금융안정을 취약하게 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 세계경제 회복 견인을 위해 국가 간 협력과 신흥시장에 대한 구조적 지원 등 완충자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서는 적합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긴축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궁극적으로는 재정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올해 상반기 세계경제는 대대적인 통화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인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면서도 “위험자산 가격 버블이 형성되면서 주식, 채권, 원자재 및 다양한 자산 가격이 폭증하는 이른바 ‘에브리씽 버블’이 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빚을 늘려 재정을 동원하면서 버블 붕괴 등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켈 교수는 “신흥시장의 부채가 지난해 특히 급격하게 누적됐는데 미국 등 선진국은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신흥시장의 경우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율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아직 금리가 낮으니 대응여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금리가 올라가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켈 교수는 한국의 경우에는 신흥국가들과 달리 확장재정 기조가 적절한 코로나19 위기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재정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한 기자단 서면 질의에 “많은 국가가 큰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당할 만한 신용도를 갖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 그런 국가가 아니며, 아직 견고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행해온 것이 적합하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긴축 기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제프리 교수는 “미국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신호에 따라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한국 또한 현재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 기조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 및 개발전망국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이날 발표자로 나온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 및 개발전망국장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성장 둔화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제 국장은 “글로벌 차원에서는 향후 8년간 높은 수치의 성장전망률이 예상된다”면서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비교했을때 선진국은 팬데믹을 신속하게 관리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신흥시장은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 금융위기와 다르게 경기침체 이후 개도국의 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로는 백신 접종률을 언급했다. 코제 국장은 “전 세계적인 불균등한 백신 접종으로 신흥시장과 개도국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신흥시장의) 경기 및 경제 수렴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력 손실로 개도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잠재성장률의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제 국장은 “잠재성장률을 봤을 때 투자, 생산성 증가, 교육·보건 향상, 근로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2020년대 동안 선진국을 비롯해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경제 회복세를 견인하고 하방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도국과 취약국가를 감안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신흥시장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에 따른 파급효과로 인해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채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에 금리(r)가 성장(g)을 하회해도 해결이 쉽다”며 “그러나 신흥시장과 개도국은 오히려 위기상황에서 가치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이에 대해 “충분한 완충자본을 마련해 거시건전성 차원의 복원력을 갖춰야 한다”며 “글로벌금융체제 채권 구조를 도입해 통화정책 파급력을 줄이는 등 개도국과 선진국의 안전자산 불균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간 위기 격차를 해소하고 전 세계적 금융안정을 이루기 위해 G20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 금융 및 자본시장 국장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개도국의 자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급작스러운 긴축을 지양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배분 조치 등을 바탕으로 완충효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켈 교수도 “지난해 채무 원리금 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조치, 최근 SDR 조치 이상으로 금융안전성을 제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 미중간 무역장벽을 철회하고 환경제품에 대한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고 백신접종률을 세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국가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디지털화폐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금융시장의 미래와 전망 등 세계경제와 금융 전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기재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제시된 제언에 대한 검토를 거쳐 다음달 열릴 예정인 G20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현재 G20 내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가속화, 팬데믹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체제 개선, 계층과 부문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포용성장 방안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IMF, 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와 민간 전문가들도 G20과 긴밀히 협력해 가까운 시일 내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7일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