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안정” 대통령 발언에… “보고 잘못 받았나”
by김미영 기자
2019.11.20 16:15:46
文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값 70% ↑
3기신도시 공급확대?…“근본대책 안돼”
재건축 연한확대·대출규제 강화 등 나올 듯
|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경(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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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아래 사람들에게서 잘못된 보고를 받고 계신 게 아닌가.”(대형건설사 관계자) “보유세 더 올려도 분명히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 거다. ”(서울 서초구 한 재개발아파트 조합장)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발언에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현실인식이 잘못됐단 평가가 주를 이뤘다. 향후 서울 집값이 더 오른다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이은 추가 강력조치를 내놓겠단 엄포도 시장엔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 정부와 시장간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애꿎은 서민만 피해 보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건설사 등 업계와 부동산 학계 인사들은 20일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이 전날 MBC사옥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부동산이 오히려 안정화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A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지방은 아예 다른 여건”이라며 “부동산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현 정부 들어 8·2대책, 9·13대책 등 강력한 정책에도 집값이 이전 정권보다 올랐단 사실을 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8억7525만원을 기록, 이 정권 초기인 2017년5월 중위가격 5억1588만원보다 약 70% 급등한 점 등을 간과하고 있단 지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생방송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며 “규제가 나올수록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세부상황을 정확히 보고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서울 27개동 등을 포함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도 신축·재건축 아파트들의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는 상한제 적용지역이 발표된 6일 16억8000만원에 실거래돼 작년 12월보다 4억원 이상 올라 신고가를 썼다. 상한제 발표 이후 강남권에서 첫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과 ‘르엘 대치’는 1순위 청약결과 각각 82.1대 1, 212.1대 1을 기록했다. 르엘 대치는 최고경쟁률이 461대 1로 올해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상한제 규제를 피한 서대문구에서도 19일 ‘힐스테이트 홍은 포레스트’가 최고경쟁률 189.27대1을 기록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 확대책을 쓰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설명엔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공급확대가 서울 주택가격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 착각하는 듯 하다”며 “직장 많은 자족도시가 되거나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보완되지 않는 이상 누가 이사를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 상승 지속시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데엔 우려와 반발이 쏟아졌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야 정책 이기는 시장이 없지만 약발이 떨어지면 내년, 내후년엔 무슨 카드를 또 쓸 건가”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이기는 정책이 없다. 수요공급 원리에 따르는 교과서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동구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성수동부터 한남동, 압구정동 다 풀어서 공급 늘릴 생각은 왜 하지 않나”며 “현금 20억, 30억원씩 들고 있는 사람들은 보유세 몇 배 더 내라 한들 눈 깜짝 안하니 해보라”고 되레 큰소리쳤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말한 ‘더 강력한 방안’에 대해선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는 이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수차례 언급한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거론되는 건 정부에서 서울 집값 상승의 진앙지로 꼽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재개발사업 규제 강화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9·1대책을 통해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시킨 재건축 허용연한을 공식적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대중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에도 가격이 계속 오르면 정비사업 허용연한을 40년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 현실화 속도를 당기거나 종합부동산세율 직접 인상 등을 통해 보유세를 올리는 방안도 점쳐진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3.3㎡당 1억원을 찍었다는 아파트에 대한 종부세가 500만원에 불과하다”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는 현실적으로 50~6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그러면서 “법을 바꾸지 않아도 되니 공시가 개혁 속도를 높여 자연스럽게 종부세, 재산세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작년 80%에서 올해 85%로 올린데다 종부세율도 지난해 말 법 개정을 통해 인상한 만큼 추가로 인상하기 쉽지 않은 선택지란 반론도 있다.
이외에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 강화, 대출 규제 강화 등이 거론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결국은 돈줄 막고 세금 더 매기는 방법뿐”이라며 “정부와 시장 싸움에 낀 무주택자들과 1주택 서민들이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