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파업 6일차 환자 줄지어 퇴원…인천시 '긴급회의'
by이종일 기자
2018.12.24 19:06:27
길병원 노조 19일부터 파업 돌입
입원환자 1114명 중 846명 퇴원
노사 교섭 결렬 ''파업 장기화'' 전망
인천시, 24일 관계기관과 긴급회의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 조합원들이 길병원 로비에서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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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가천대 길병원 노동조합의 파업 6일차인 24일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길병원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지난 19일 파업한 뒤 이날 오전 11시40분께까지 길병원의 입원 환자가 1114명에서 268명으로 줄었다.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등이 파업에 동참해 환자들이 퇴원한 뒤 다른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파업 기간에도 병원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분만실 등 필수유지 부서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병동·진단검사의학과·영상의학과에서 간호사와 직원 등 10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 1987년 길병원 설립 이래 처음 돌입한 것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의료 질 향상 △비정규직원의 정규직화 △징계위원회·고충처리위원회 참여 보장 △임금 15.3% 인상 △인사·승진 개선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 조합원들이 19일 길병원 로비에서 파업투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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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관계자는 “노조와 20여차례 교섭을 했지만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지 못했다”며 “사측은 임금 인상률을 6% 제시했지만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의 경영권·인사권 참여 요구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임금 인상률은 우리 기준으로 4.5%밖에 안 된다”며 “전체적으로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아 파업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이 투쟁을 끝까지 지켜내 길병원이 노동존중을 통해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길병원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자 이날 관계기관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응급의료 비상진료체계, 시민 안전망 구축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인천시, 길병원, 인천 응급의료기관 20곳, 인천소방본부, 남동구보건소 등 24개 기관 관계자 35명이 참석했다.
인천시는 파업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으로 길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인천시와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24일 인천시청 회의실에서 길병원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 = 인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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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파업 장기화로 인한 길병원의 진료 공백에 대비해 소방, 응급의료기관 등 협업을 위한 응급의료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응급의료 무선통신망과 핫라인을 점검하고 응급의료 상담·병원 안내 등 상담서비스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심정지환자 등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점검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진료가능 과목과 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길병원 파업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