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부시장 "집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돼야"
by경계영 기자
2018.10.05 15:44:45
윤준병 "분양보다 임대 주택…그린벨트 지킬 필요"
"개발투자≠집값 인상 주범, 성장 위해 재정투자 불가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윤준병(·57)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의 원인과 그 처방으로 꼽히는 5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준병 부시장은 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문가 및 언론의 부동산 진단 및 처방에 대한 단상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윤 부시장은 수요를 투자·투기까지 부풀려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우스푸어’(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실질적 소득이 줄어든 사람) 사례를 들며 “주택연금제를 도입하고 주택 대출을 권장해 거래수요를 인위적으로 늘렸지만 5년 새 전문가 진단처럼 실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투기·투자 수요가 급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의 적정 수준이 3만호 안팎이라는 전문가 처방을 인용하면서 “최근 몇년간 2만6000호에서 2만8000호를 공급했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데 내년 분양되는 공급물량이 무려 4만2000호이고 2020년에 3만6000호에 이르는 등 몇년간 연 공급물량이 3만호를 초과한다”며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처방하는 시기가 언제냐”고 반문했다.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세 인하 방안이 정의에 반한다고도 판단했다. 거래세를 낮추면 아파트 가격 급등을 주도한 투기세력에게 탈출구를 만들어주고, 가격 폭등에 따른 불로소득을 인정해주는 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윤 부시장은 서울시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옹호했다. 그는 “아파트라는 집이 주거 본연의 공간인 ‘사는 곳’이라면 구입 비용이라는 목돈 마련 없이도 주거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의 수요가 많아야 정상일 것이다.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데모하는 자체가 임대주택 공급이 분양주택보다 더 근본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증거”라며 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했다.
또 최근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선 “나무 한 그루 없고 녹지가 거의 없는 그린벨트는 외려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추진해야 할 지역”이라며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는 게 타당하다 치더라도, 그린벨트에 건축되는 아파트 물량이면 수요를 충족시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등 개발투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윤 부시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은 풍부한 유동성 자금의 유입으로 개발 계획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발표된 투자정책을 유보하기도 하고, 개발계획 발표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해 도로, 지하철 등 교통망 투자까지도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실물경제가 좋지 않아 소비가 줄고 수출도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성적이 좋지 않고, 그마저도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선 재정이 더 적극적으로 인프라투자를 하는 등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동산 프레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부시장은 “이제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릴 때”라며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이고, 넘치는 시중 유동자금은 저금리 기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부동자금 유입을 차단하려는 정부 처방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과 재정투자를 지속해나가는 등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언론과 전문가에게 대안을 제시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