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6.11.22 14:18:49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지시는 정상적인 ‘통치행위’의 일환이었으며 위법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 측과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검찰 중간 수사 발표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전경련 명의로 기업에게 수 백억원에 달하는 재단 설립 자금을 불법 모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기업 팔 비틀기’ 식으로 이뤄진 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을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95년 11월, 전경련 회장단은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는 정경유착 근절 선언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벌 총수 8명을 포함한 기업인 40여명에게 재직 중 거액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일련의 과정을 통치행위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이 흘렀는데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기업에게 돈을 걷는 일을 통치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씨의 이권개입 의혹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 개인 비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이런 상황 인식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각각 문화·예술 브랜드 확립 및 콘텐츠 개발, 생활스포츠 저변 확대라는 공익 목적을 내세운데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르재단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역점 추진했다가 박근혜 정부 초기 폐지된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사실상 부활시킨 조직이다. 또 K스포츠재단은 올해 3월 대한체육회와 통합된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의 기능을 이어받은 단체다. 정부가 직접 관리 부실이나 기능 중복 등을 이유로 폐지한 기구를 슬그머니 재단 형태로 다시 만들면서 기업에게 출연을 강요한 것은 순수한 의도로 보기 어렵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더이상 음성적인 기업 모금 관행을 대통령이 통치행위라고 항변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꼭 필요한 정책과 조직이라면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추진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