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분석]시장경쟁 심화…아주캐피탈의 돌파구는

by박수익 기자
2016.03.03 16:31:38

車할부시장 경쟁 속 모회사 지원 기대 어려워
조달금리 경쟁력 떨어지는데 비용부담은 높아
한신평 "수익구조 전환 못하면 신용등급 하향"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자동차할부금융사(캐피털사)를 ‘수저 계급론’이 비유한다면 현대캐피탈과 RCI파이낸셜코리아는 ‘금수저’다. 각각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의 전속(캡티브)회사다. 부모격인 자동차판매사와 약속된 금리를 보장받는 계약으로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국내 굴지 시중은행의 계열사 KB캐피탈(이하 모회사 KB금융), JB우리캐피탈(JB금융), BNK캐피탈(BNK금융)은 전속회사는 아니지만 ‘은수저’쯤은 된다. 모회사의 신용등급이 국가등급(AAA)과 같거나 불과 한 단계 차이(AA+)이다 보니 어려울 때 기댈 언덕이 있다. 실제로 BNK캐피탈은 작년 ‘렌탈채권 파동’ 때 지주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위기 탈출에 나섰다.

아주캐피탈(033660)도 한 때 ‘금수저’였다. 90년대 대우자동차의 전속할부금융사였다가 대우그룹 해체 이후 금수저 지위를 내려놓았고, 2005년 아주산업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모회사 아주산업(BBB+)의 신용등급은 아주캐피탈(A+)보다 낮다. 아주캐피탈이 지원해주면 해줬지 지원받을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아주캐피탈이 아주산업 등 주주에게 지급하는 현금배당총액은 작년 147억원에서 올해는 204억원으로 늘었다. 이 정도면 ‘동수저’나 ‘흙수저’쯤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할부금융시장의 경쟁강도는 갈수록 세지는 가운데 자동차금융자산이 영업자산의 대부분(80%)인 아주캐피탈의 크레딧(신용도)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경쟁사는 JB·KB·BNK·하나캐피탈(자료=한국신용평가)


아주캐피탈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신용평가 3사의 등급전망(아웃룩·트리거)을 종합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3사 가운데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면서 하락 압력은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



어느 기업이나 신용등급 하락은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돈을 싸게 빌려서 고객에게 좀 더 높은 금리에 빌려주는 이자마진으로 먹고사는 여신전문금융사에게 신용도 하락은 ‘직격탄’이다. 돈을 빌려오는 비용(조달금리) 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아주캐피탈은 경쟁상대보다 조달금리 경쟁력이 뒤처진다. KB캐피탈, JB우리캐피탈, BNK캐피탈 등 ‘은수저’급 경쟁사들은 모두 모회사 후광에 힘입어 ‘AA-’급 지위를 가지고 있어 아주캐피탈보다 돈을 싸게 빌릴 수 있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장은 “아주캐피탈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자산유동화, 단기 CP 조달 등 차입부채 구성을 조정하며 조달금리 간격을 줄여놓았지만, 신용등급간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면 조달금리 격차는 지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달금리 경쟁력을 만회할 방법은 비용절감인데 이 마저도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한신평에 따르면 작년기준 아주캐피탈의 판관비율(영업자산대비 판관비 비중)은 2.2%로 경쟁사보다 평균 0.6%포인트 높다. 조달금리 압박 속에 비용도 더 많이 드는 구조라면, 최종적으로 이익낼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권대정 실장은 “신차금융을 통해 0.5%의 이익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주캐피탈의 조달금리와 비용구조상 약점은 영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주력인 신차금융부분에서 적정 이윤창출이 가능한 수익구조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주캐피탈측은 이와관련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와의 전속금융 확대를 통해 안정적 물량 확보와 시장에서의 경쟁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오토리스, 장기렌터카, 중고차다이렉트에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주캐피탈은 1994년 대우자동차가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설립한 금융부문 전담 여신전문업체 한국할부금융이 전신이다.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할부금융·대우캐피탈 등의 사명변경을 거쳐 현재 이름을 가지고 있다. 2005년 최대주주가 된 아주산업은 2014년 자신들이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 전량(74.2%) 매각을 추진했으나, 우선협상자인 일본계 금융사 J트러스트와 가격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작업을 철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