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336만원?…'초비상' 걸린 미국인들

by방성훈 기자
2025.04.07 16:29:42

트럼프 관세 영향 받는 품목은?…美소비자도 '촉각'
식료품·주류…“생활에 직결, 가장 민감한 부문”
의류·신발 및 전자제품…“아이폰이 336만원”
미국인 가장 많은돈 쓰는 주택·車 가격도 인상 전망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인들은 어떤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전문가 등도 영향을 받게 될 산업이나 품목 등과 관련해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춘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관세로 가격이 인상될 6가지 상품군으로 △식료품 △자동차 △주택 △의류 △주류 △전자제품을 지목했다. 모두 의식주와 관련된 부문들이다. 또다른 매체 포브스 역시 비슷한 관측을 내놓으며 장난감, 가구 등을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미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문은 식료품이다.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미국으로 들어온 커피 원두의 약 80%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수입됐다. 브라질산이 35%, 콜롬비아산이 27%를 차지했다. 이 두 나라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됐다.

초콜릿 제품의 원료인 코코아 원두는 주로 코트디부아르(이하 괄호 안은 상호관세·21%), 에콰도르(10%), 가나(10%)에서 수입된다. 코코아 버터는 주로 인도네시아(32%)와 말레이시아(24%)에서 공급된다.

미국은 대부분의 올리브유를 20% 상호관세를 부과한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한다. 주요 생산국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이다. 나머지는 튀르키예(10%)와 아르헨티나(10%)에서 수입한다. 설탕은 주로 도미니카공화국(10%), 브라질(10%), 필리핀(17%)에서 수입되며, 쌀 수입의 60% 이상은 태국(36%), 인도(26%), 파키스탄(29%)에서 이뤄진다.

상호관세와 별도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된 25% 관세도 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캐나다는 미국에 가장 많은 육류를 수출하는 국가로, 2023년 140억달러어치를 판매했다. 미국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외에도 캐나다에서 곡물, 사료 및 유지종자 등을 수입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2023년 멕시코에서 약 45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했으며, 딸기, 라즈베리, 토마토가 포함된다. 아보카도의 경우 2019~2021년 미국으로 수입된 물량의 약 88%가 멕시코산이었다.

주류도 상황은 비슷하다. EU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20%의 관세를 부과받을 예정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최대 와인 공급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다. 또다른 수입국인 영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호주에는 각각 10%의 관세가 부과됐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도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테킬라는 멕시코 농산물 수입의 약 10%를 차지한다. 퍼시피코, 코로나, 모델로 등 미국에서 소비되는 맥주의 약 81%, 전체 소비량의 18% 역시 멕시코산이다.

캐나다 무역단체들과 미국 증류주협회는 버번, 테네시 위스키, 캐나다 위스키의 가격이 관세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AFP)


미 소비자들이 관세 영향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제품군으로 스마트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 전자제품이 꼽힌다.



로젠블랫증권은 아이폰 약 43%, 아이패드 42%, 에어팟 및 맥 컴퓨터 39% 등의 가격 인상을 예측했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며, 일부만이 인도, 베트남, 미국에서 제작된다.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총 54%에 달한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10%에 이어, 지난 2일 상호관세 34%가 추가됐다.

애플이 지난 2월 출시한 599달러짜리 저가형 아이폰은 약 856달러(약 125만원), 프리미엄 모델인 1599달러짜리 아이폰 16 프로 맥스는 약 2300달러(약 336만원)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컴퓨터, TV, 키보드, 메모리카드, 하드 드라이브 등 통신장비의 약 34.5%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말레이시아(24%), 대만(32%), 베트남(46%), 일본(24%), 독일(10%), 한국(25%) 등도 주요 수입국이다.

신발과 옷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미국으로 수입된 신발의 약 37%, 약 95억달러어치가 중국산이다. 중국 다음으로 미국에 많은 신발을 수출한 곳은 베트남으로 상호관세는 46%에 이른다.

아울러 2013~2023년 미국에 의류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로는 중국, 베트남 외에도 방글라데시(37%), 캄보디아(49%), 인도(26%), 인도네시아(32%), 파키스탄(29%)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모두 높은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예일 예산 연구소는 관세로 가죽 제품 및 의류 가격이 각각 18.3%, 16.9% 오를 것으로 봤다.

캘리포니아 뉴어크에 있는 레나 브리지웨이 주택 개발 현장에서 한 작업자가 건설 중인 주택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사진=AFP)


미국인들이 주택과 자동차에 가장 많은 자산을 투입한다. 미국 컨설팅사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미 소비자들이 저가형 신차에 2000~50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수입 차량은 최대 2만달러까지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영향이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다음달 3일부터 발효된다. 포춘은 “많은 부품이 다른 나라에서 조달되기 때문에 관세는 수리 비용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중고차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이미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 주택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 건설에 쓰이는 자재 중 수입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는 캐나다산, 철강은 중국산 비중이 높다. 외관 마감재와 창문에 쓰이는 유리는 중국과 EU에서 수입된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신규 주택 건설에 쓰인 자재 중 약 7.3%가 수입품이었으며, 캐나다에서는 118억보드피트의 목재의 연목을 수입했다. 미 건설업체들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및 상호관세로 주택 가격이 평균 92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보석, 가구, 장난감 등의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90%를 취급하는 인도의 보석·주얼리 수출 중 약 30.4%를 미국이 차지한다. 또 미 가구협회는 전체 수입품의 약 29%가 중국산, 26.5%가 베트남산이라고 밝혔다.

장난감 기업 마텔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전체 상품의 약 40%를 중국에서 조달한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미 장난감협회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장난감의 약 80%가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포춘은 “관세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생필품 가격이 주로 오르면서 저소득 가구가 더 큰 비용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브스는 “각국의 보복관세에 따라 미 기업들의 수출이나 미국 내 일자리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