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중간심사 통보···"가스선 추가 소명 요구"

by이연호 기자
2020.06.11 16:08:47

현대重 "이른 시일 내에 필요 자료 추가 제출할 것"
中 LNG선 시장 확대로 인한 시장 상황 변화 어필이 관건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3일(현지 시각)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심사를 재개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에 중간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가스선 시장 지배력에 대한 기존 우려에 대한 추가적인 소명을 요구하면서 가스선 시장 지배력에 대한 소명 여부가 심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11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최근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과 관련한 중간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으로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는지 심사 중인 EU 집행위는 지금까지의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중간결과를 냈다.

이번 보고서에서 EU는 탱커,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에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됐지만 가스선 분야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풀리지 않았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다른 선종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으니 가스선으로 범위를 좁혀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EU 집행위에서 중간심사보고서를 받았고 해당 보고서에는 가스선에 대해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 세계 LNG선 시장은 한국의 조선3사가 거의 싹쓸이하디시피 한 시장이다. 지난 2018년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글로벌 LNG선 시장 점유율은 63%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LNG선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3사가 카타르 페트롤리움(Qatar Petroleum·QP)과 700억 리얄(약23조6000억 원)에 달하는 100척 이상 잭팟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보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카타르의 1차 발주 물량 16척을 먼저 가져가기도 했다. 지난 2004년부터 3년 간 이어진 카타르의 LNG선 1차 발주 붐(boom)때는 국내 조선 3사가 53척을 싹쓸이 수주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약진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시장 상황 변화를 EU측에 어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중국, 8월 카자흐스탄, 9월 싱가포르에 각각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냈고 일본과도 9월부터 사전협의에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