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한풀이하러 왔는데…" 北아버지 처음본 아들

by원다연 기자
2018.08.24 19:09:49

이산가족 단체상봉 종료, 7시부터 환영만찬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조정기(67·왼쪽)씨가 북측의 아버지 조덕용(88)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어머니 한풀이를 하러 왔는데 아버지 보니까 괜찮다.”

6·25 전쟁 당시 어머니 뱃속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조정기(67)씨는 24일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 조덕용(88)씨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쟁 당시 아버지 조씨가 북측으로 올라가면서 정기씨는 아버지를 한번 보지 못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 특히 홀로 정기씨를 어렵게 키운 어머니는 상봉 소식을 듣기 2개월여 전에 돌아가셔 정기씨의 한은 더욱 커졌다.

정기씨는 아버지를 마주하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안 해요?”라고 묻다가도 귀가 잘 들리지 않는듯 답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 모습에 금세 “괜찮다”며 손을 잡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가 지난 5월에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소식을) 7월에 받았으니 심정이 어땠겠느냐”며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전했다. 정기씨는 이날 단체상봉 중 자주 담배를 피워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이날 아버지 조덕용씨는 상봉장에 북측의 아들과 함께 나왔다. 정기씨는 “북측 아들이 61세인걸 보니 재혼을 금방하셨던 것 같다”며 “북측에서 아버지가 아들 4명, 딸 1명을 낳았다고 하던데 아버지한테 다 이야기하고 나니까 풀렸다”고 말했다.

홀로 북측으로 넘어가 가족들과 헤어지며 그리운 마음을 시로 써온 가족도 있었다. 이번 상봉에서 남측의 자매들을 만난 량차옥(82)씨는 남측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우리집에 코스모스’라는 제목의 시를 동생들에 읊어줬다. ‘빨간꽃은 피었는데 우리 엄마 어데가고 너만 홀로 피었느냐…너만보면 엄마생각 너만보면 고향생각’이라는 시에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묻어났다. 시를 들은 동생 양경옥(74)씨는 언니의 시를 자랑하며 “언니가 혼자 이북에 가서 우리보다 더 잘 살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날 단체상봉은 오후 5시 15분쯤 마무리됐으며 남북 이산가족은 오후 7시부터 남측 주최의 환영 만찬을 이어가다. 남북 가족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