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연기금·보험사 `뜨뜻미지근`…증권사 부동산딜 확 줄었다

by최정희 기자
2017.08.08 15:12:01

美부동산 공급 감소…증권사간 경쟁에 셀다운 `쉽지않네`
매각차익 기대도 낮아져…"수수료 물면서 할 필요 없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해 해외 부동산을 사들여 이를 기관투자가 등에게 재매각(셀다운·Sell-down)함으로써 증권사들에게 짭짤한 수수료 차익을 안겨줬던 부동산 딜(deal)이 올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수요가 급감한데다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물건에 대한 셀다운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공모펀드를 출시하거나 에쿼티(Equity·자본)투자보다 메자닌(Mezzanine·중순위 대출채권)이나 대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으로 총 6건의 해외 부동산을 취득했지만 올 들어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장기 임차한 워싱턴 D.C내 건물 1건밖에 성사시키지 못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3건을 인수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30% 가량 딜 건수가 줄었다”고 전했다.

국내 기관들은 연기금과 공제회·보험사 등 30여곳에 불과한데 이들의 투자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 이같은 부동산 딜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보다 올해 부동산 딜이 쉽지 않다”며 “해외 부동산 매각 물건은 일주일에도 두어건씩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자금 수요가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들 사이에서는 향후 부동산 매각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지라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작년 4분기부터 자산가치가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며 “차라리 에쿼티보다 대출이나 메자닌 투자쪽으로 선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증권사가 부동산을 셀다운하면서 수수료를 남겼는데 연기금은 연초부터 해외 리츠(REITs)에 직접 들어가길 원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또 대다수 증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들이 셀다운을 시도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예전엔 독일이라고 할 때 1건의 딜만 있었다면 현재는 독일내 같은 도시에 2건 이상씩 딜이 있다보니 셀다운이 제대로 안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매력이 높은 물건들의 공급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D.C·뉴욕·샌프란시스코 등 1군 도시에 위치한 좋은 부동산들은 이미 팔려나갔고 최근에 나오는 것들은 애틀랜타, 텍사스 등 2군 도시에 속한 물건이란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 부동산 가격이 피크인데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경기 하락시 여타 지역보다 더 많이 하락하는 곳”이라며 “그나마 유럽은 여전히 좋지만 미국의 매력적인 물건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공급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일부에선 작년에 매입한 부동산을 셀다운하기 버겁단 분위기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2월에 매입한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 프랑스 신사옥에 대한 셀다운(4800억원 중 2000억원 가량)을 최근에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에선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공모펀드로 팔 만한 물건을 찾거나 에쿼티보다 메자닌 등 대출 형태의 딜로 선회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개인투자자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투가 연초 주관한 미 항공우주국 장기 임차 빌딩 관련 공모펀드와 미래에셋대우가 6월말 판매한 미국 애틀랜타 부동산 공모펀드는 조기에 완판됐다. NH투자증권은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미국 보스턴 본사 빌딩을 메자닌 형태로 투자해 셀다운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에쿼티 투자에는 신중해질 수 있으나 메자닌이나 대출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은 점차 커질 수 있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