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검찰개혁 시동… 내주 ‘공수처 법안’ 공동 발의

by선상원 기자
2016.07.20 17:10:15

새누리당 여전히 반대, 두 야당 검경수사권 조정문제 이견
입법화 진통 예상… 여야 의원들 공감대 형성은 청신호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 검찰개혁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야권은 이번 기회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9일 원내대표간 협의를 통해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를 설치하기로 하고 입법 공조에 합의했다. 두 야당은 다음주중으로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할 예정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왔던 과제들이 지금의 검찰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 국민의 공감대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8월 국회에서 반드시 공수처 신설 관련된 법안이 다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진경준 전 검사장의 혐의가 무려 110일 가까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검찰에서 아무런 감찰도 수사도 하지 않았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만나서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다. 추후 야당과 공조해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두 야당이 공수처 신설에 합의하고 법안을 공동 발의키로 한 만큼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는 참여정부 때부터 거론됐던 사안으로 번번이 검찰의 반발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 존재하는 만큼, 굳이 공수처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반대해면 국회선진화법상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 사이에 검찰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청신호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의 분노도 심하고 의원들도 더 이상 대충 대충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공수처 신설 외에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검사동일체 원칙 개폐 문제도 포함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크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국회의원,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구로, 공수처가 설치되면 기존 검찰은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손을 떼게 된다. 검찰 조직이 사실상 두 개로 나눠지는 효과를 가져와 비대해진 검찰 권력의 힘을 뺄 수 있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문제는 해묵은 과제로 지난 2011년 경찰에게 수사 개시권만 허용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경찰은 지금도 수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경찰이 수사는 하지만, 독자적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더민주는 국민의당과 달리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당 민주주의 회복 TF 팀장인 박범계 의원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나눈다. 좀 표현이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는 더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완화하는) 재정신청 확대문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때 법원에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제도로, 현재 고소사건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더민주는 이를 고발사건까지 확대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검찰개혁에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에 대해 여야간, 두 야당간에 이견이 적지 않아 실제 입법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 의장은 “의원들이 만나서 얘기하면 (검찰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많은 법안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