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전통의 진화"…정구호×서울시무용단 '일무'
by장병호 기자
2023.04.25 17:12:55
종묘제례에서 추던 전통춤, 현대적 재창작
지난해 초연…업그레이드해 1년 만에 무대로
3막 '죽무' 추가…"난이도 높은 장면 될 것"
정혜진 단장 "한 마음으로 바라는 희망 담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무용단 연습실. 18명의 건장한 남성 무용수들이 주황색 의상을 입고 줄지어 섰다. 오는 5월 25일 개막 예정인 ‘일무’의 한 장면. 종묘 제례에서 무공(武功)을 기리기 위해 춘 검무(劍舞) ‘정대업지무’다. 일렬로 늘어선 무용수들의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움직임, 그리고 전통 의상에선 보기 힘든 주황색 의상의 충돌이 묘한 긴장감을 빚어냈다.
| 서울시무용단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일무’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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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은 이날 ‘일무’의 연습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해 초연한 ‘일무’는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한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협업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에서 추는 제례무(제사 춤) ‘일무’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했다. 1년 만에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날 공개한 장면은 남성무용수들의 ‘정대업지무’, 그리고 여성무용수들이 추는 ‘춘앵무’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궁중무용인 춘앵무는 원래 혼자서 추는 춤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선 24명의 여성 무용수의 군무로 만날 수 있다. 정혜진 단장은 “전통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무’(佾舞)의 사전적 의미는 줄을 지어 추는 춤이다. 서울시무용단이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잡은 방향도 이 지점이다. 정혜진 단장은 “우리 시대에 왜 ‘일무’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으로 질서와 본분을 지키며 하늘에 정성을 비는 마음을 생각했다”며 “무용수들이 줄을 서서 똑같은 움직임으로 춤을 추는데, 이는 획일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희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무용단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일무’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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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연출은 그동안 국립무용단과 주로 작업하며 전통춤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여러 종류의 전통춤을 하나의 공연으로 엮은 ‘향연’이 대표적이다. 정구호 연출은 “관객이 전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전통이 한 가지 틀 안에서 변화하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의 작업을 “전통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향연’과 ‘일무’의 차이점 또한 ‘전통의 진화’에 있다. 정구호 연출은 “‘향연’이 여러 가지 전통의 색깔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면 ‘일무’는 전통의 색깔에서 벗어나 색조적으로 보다 다양하게 재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통의 진화’에 대해 앞으로 다섯 단계 정도 더 생각하는 것이 있다”며 “최종 단계에선 전통으로 규정할 수 없는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초연과 달리 기존 3막에서 4막 구성으로 변화를 줬다. 1막과 2막에선 전통춤을 그대로 보여주고, 4막에선 이를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작한 춤을 보여준다. 전통과 현대적 창작을 연결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죽무’를 3막에 새로 추가한다.
창작진이 꼽은 이번 ‘일무’의 하이라이트 또한 3막 ‘죽무’다. 대나무처럼 올곧은 선비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정구호 연출은 “무대 위에 대나무를 상징하는 7m 길이의 파이프가 30~40개 놓여 있는 가운데 무용수들이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춤을 춘다”며 “굉장히 난이도 있는 장면으로 본 무대에서 꼭 봐주길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정혜진 단장 외에 안무가 김성훈, 김재덕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김재덕은 음악감독도 함께 맡았다. ‘일무’는 오는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 서울시무용단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일무’의 연습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오정윤 단원, 김성훈 안무가, 정구호 연출가, 조황경 단원, 정혜진 단장, 김재덕 안무가 겸 음악감독, 박수정 단원.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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