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부실수사' 공군경찰, 법적 책임 면할 듯…유족 '반발'

by정다슬 기자
2021.08.11 16:51:16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당초 군 검찰 기소 의견 뒤엎어
"군 검찰, 피의자, 유족 측 의견 토대로 결정"
'사건관계자 접촉' 공군 공보정훈실 2인은 '직권남용' 기소 의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으나 2차 가해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성추행 피해 초동수사를 진행했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법적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날 오후 열린 제7차 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 혐의로 입건된 공군 군사경찰 2명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6월 7일 오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분향소. (사진=방인권 기자)


군 검찰은 A준위에 대해서는 기소, B중령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수사심의위는 둘 다 불기소하는 한편 비위사실 통보를 통한 징계의뢰만 의결했다.

수사심의위는 군검찰과 피의자, 유족 측 의견을 토대로 논의를 거쳐 이들에 대해 형사상 직무유기죄 등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들은 지난 3월 5일 피해자 이모 중사만 조사한 채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부실수사한(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군검찰 수사심의원회는 김소영 전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맡고 법조계,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군 검찰은 심의의견을 존중해 처분한다는 방침이어서 초동수사를 맡았던 20비행단 군사경찰은 형사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족 측은 군사경찰의 초동수사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기소 권고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이날 오후 국방부를 항의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초동수사만 제대로 됐어도, 군사경찰이 가해자를 긴급체포하고 회식 참석 인원만 신속히 조사했어도 회유나 합의 종용 등의 2차 가해는 일부 예방됐을 것”이라며 “국방부 검찰단이 부실한 수사 자료로 수사심의위를 우롱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해명을 듣고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한 특임군검사의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사심의위는 사건 관계인과 불필요한 접촉을 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의 C 대령과 D 중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의결했다. 이들의 변호인인 최장호 변호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면서 “재판에서 죄가 안 됨을 명백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군 검사의 강압적인 수사가 있었다”면서 “강압수사한 군 검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