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원 기자
2014.06.10 19:14:50
[이데일리 김경원 이도형 고재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신임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깜짝 인사’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선호했던 ‘법조인’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라 ‘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총리의 역할이 ‘국가개조’에서 ‘소통과 화합’으로 이동했다는 평이 나왔다.
문 신임총리 후보자가 충북 청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안배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6·4지방선거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곳 광역단체장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싹쓸이 충청권 인사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와 6·4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법조인 출신 총리’라는 원칙을 깨고 ‘언론인 출신 총리’를 발탁했다. 안 전 후보자 때는 ‘국가를 개조하겠다’거나 ‘책임총리를 하겠다’는 시그널을 제시한 반면, 문 후보자는 언론인 경력을 내세워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것이 대비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언론인 출신의 총리는 거의 최초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문 신임총리 후보자는 깜짝인사다. 언론형 총리가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조금 의문스럽다”고 곤혹스러움을 표현했다.
광역단체장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충청권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이곳 인사를 배려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충청도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배려했다면 문 후보자가 충청도 대표주자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배려가 아니라면 충청도 유권자들에게 큰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김용준 대통령 인수위원장에 이어 안 전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이번 인사는 ‘청문회 통과’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문회통과가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도덕성 검증은 우리가 알 수 없다. 다만, 도덕성 때문에 낙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은 자기관리가 안 된다.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총리는 내각을 통할하는 리더십과 국정 운영의 추진력, 비상사태의 신속한 대응 능력 등이 필요한 자리다”라며 “그 부분이 국민들로서는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도 “문 후보자는 관료 경험이 없어 공무원 사회를 다독인다는게 힘든 상황”이라며 “언론인 시절 칼럼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몰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장을 반대했기 때문에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인사청문회의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도덕성 검증을 명분으로 후보자 ‘망신주기’가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도덕성 검증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망신주기’를 통해 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것”이라며 “도덕성은 비공식적으로 사전에 검사해 야당이 대통령이 선출한 인물을 물 먹이는 방식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