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3.02.14 19:15:51
금융당국 불쾌감 “법원, 리스크 관리 등 부당행위 판단 안 해”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징계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황 전 회장은 금융권 복귀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금융당국은 감독권 남용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4일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에 받은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퇴임할 당시까지의 은행법에는 재임 중인 임원에게 제재할 수 있는 규정만 있었을 뿐 이미 퇴임한 임원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며 “이 사건의 통보조치는 행정법규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황 전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한 뒤 2008년 9월부터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을 지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 투자 때 법규를 위반했다며 2009년 9월 황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 상당’ 제재를 통보했고, 황 전 회장은 그해 12월 KB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금융위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황 전 회장이 3년간에 걸친 소송에서 승리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감독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황 전 회장의 징계를 두고 정치권과 관료 등으로부터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돌기도 했다.
반면, 황 전 회장은 금융권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는 “개인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 참 어려운데 명예를 회복하게 돼 기쁘다”면서 “살아온 궤적이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금융권 복귀를 피력했다.
다만 법원이 황 전 회장의 위법ㆍ부당행위 여부는 판단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법원 판결에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은 황 전 회장이 고위험상품 투자를 지시하거나, 투자관련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실체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