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제비’가 할퀴고 간 상처…11명 사망에 인프라 마비까지

by정다슬 기자
2018.09.05 16:18:11

△태풍 ‘제비’로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교통 표지반과 전신주가 쓰러져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태풍 21호 ‘제비’의 발톱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일본 열도를 쓸고 난 태풍은 북상을 계속해 5일 아침 열대성 저기압으로 기세로 낮춰 일본 북부의 동해연안으로 빠져나갔지만 철도·통신·공장 등 주요 인프라시설이 파괴되면서 간사이(關西) 지방을 중심으로 후유증이 거셀 듯하다.

NHK·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오후 12시 30분을 기점으로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사카(大阪)부 미나토(港)구에서는 70세 여성이 방으로 날라온 함석지붕에 맞아 사망했다. 조토구(城東)구에서는 50대 남성이 길에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사망했다. 근처에는 1m 길이의 문 조각이 떨어져 있어 남성에게 부닥쳤을 것으로 보인다. 니시(西)구에서는 강풍으로 날라온 아이스박스에 맞아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시가(滋賀)현에서는 히가시오미(東近江)시에 있는 회사 창고가 붕괴돼 이 회사 사장(71)이 사망했다.

아이치현에서는 의식불명 상태의 74, 88세 남성이 발견돼 사망자 수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5일 오후 11시 기준 부상자도 600여명에 달한다.

이외 미에(三重)현, 아이치(愛知)현 등에서 각각 1명 사망했다.

△태풍 ‘제비’로 간사이공항이 폐쇄되면서 공항에 묶여있던 승객들이 5일 고속선을 타고 고베항으로 이동, 배에서 내리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번 태풍은 공항·도로·전기 등 일본 인프라에도 막대한 피해를 미쳤다. 침수 피해와 교량이 무너지며 육지와의 연결로가 끊어진 간사이 공항은 운영이 언제 재개될 지조차 요원하다. 이날 간사이 공항에서 출발이 예정돼 있던 비행기 500편은 모두 결항, 오전 6시 기점으로 공항에 고립돼 있던 승객 3000여명은 고속선과 버스를 통해 인근 고베 공항 등으로 이동 중이다.



일본 서부 쪽의 인적·물류 수송의 거점 역할을 하는 간사이 공항의 복구가 늦어지면 오사카·교토 등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표 여행사 JTB는 5일 간사이공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여행을 모두 중지했다. 앞으로 복구 상황에 따라 영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전자부품을 생산하는 무라타제작소는 후쿠이(福井)현의 공장에서 생산한 주요한 전자부품을 간사이 공항에서 출하했으나 공항이 폐쇄되면서 다른 공항에서 대체출하를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를 일본에서 수출한 뒤 다른 나라에서 후공정을 하는 전자부품 제조기업 로옴 역시 대체물류망을 수색 중이다.

△태풍 ‘제비’의 여파로 오사카시에 있는 컨테이너들이 모두 무너져있다. [사진=AFP제공]

기업들도 피해를 입었다. 전일본공수(ANA)가 소유하고 있는 간사이 공항 부근의 창고 역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창고에는 식품이나 의류, 반도체 관련 부품 등이 있어 전일본공수 측은 현재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오사카에 공장이 있는 일본페인트홀딩스는 일부 라인이 전력 부족으로 중단됐다. 야마자키제빵은 크림이나 고로케 등 빵의 원료를 만드는 오사카부 이즈미사노(泉佐野)시의 공장이 정전으로 멈췄다. 야마자키제빵은 일단 군마(群馬)현의 이세사키(伊勢崎)시 공장를 최대한 가동 중이다.

통신망 역시 불안하다. 기지국이나 회사의 기간망이 망가지거나 기지국이 작동하기 위한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서 긴키(根畿)·시고쿠(四國) 등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이용이 여전히 어렵다. 3사는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수상관저에 국토교통성 장관을 만나 조기 복구를 지시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사이 공항의 조기 운영재개를 위해 국토교통성이나 해상보안청, 경찰청 등이 참가하는 대책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