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디지털 통상협정 DEPA 가입 임박…데이터 국경 넓어진다

by김형욱 기자
2023.06.01 18:08:45

산업부, 제34차 통상추진위 열고 추진계획 논의
"가입협상 타결 임박…기업 해외진출 확대 기대"
IPEF 협정 후속조치·한-영 FTA 개선협상도 논의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 3개국 간 디지털 통상협정인 디지털 경제 동반자 협정(DEPA)의 우리나라 가입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한국 콘텐츠·데이터의 국경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일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4차 통상추진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날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 3개국 디지털 경제 동반자 협정(DEPA)의 우리나라 가입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며 이후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사진=산업부)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34회 통상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DEPA 가입협상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디지털 통상협정은 콘텐츠나 데이터의 국가 간 이동, 즉 디지털 무역을 원활히 하기 위한 국가 간 약속이다. 디지털 무역 증가와 함께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통적 무역은 재화가 오가는 것이었다. 각국 정부도 각 재화의 특성에 맞춰 관세를 부과하고 필요에 따라 국가·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방식으로 이를 조율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기존 무역 규범으로 정의할 수 없는 디지털 무역 규모가 빠르게 커져 기존 협약으로는 이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는 디지털 무역 활성화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칠레가 지난 2020년 6월 DEPA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다자간 디지털 통상협정이다. 그 이전에도 2개국이 디지털 통상협정을 맺은 사례는 있었으나 3개국 이상이 참여한 건 처음이다. 한국은 2021년 10월부터 이곳 가입을 추진키로 하고 이들 국가와 협상해 왔다.

우리 정부도 싱가포르와 디지털 동반자 협정(DPA)을 맺으며 디지털 협정의 포문을 연 바 있다. 2006년 FTA를 맺은 싱가포르와 수년 전부터 체결 협상을 이어온 끝에 지난해 11월 협정 체결에 합의했고, 올 1월 이를 발효했다. 콘텐츠를 포함한 전자적 전송은 무관세를 유지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빼면 데이터센터 자국 보유를 의무화하는 등의 디지털 통상 관련 규제를 만들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11월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회의실에서 탄시렝(Tan See Leng)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제2장관과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한국이 한-싱가포르 DPA 발효에 이어 DEPA에도 참여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콘텐츠·데이터 국경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DEPA는 세계 최초의 다자 간 디지털 통상협정인 만큼 한국의 참가를 시작으로 세계적 디지털 통상 플랫폼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DEPA 가입 협상 타결은 임박한 상황”이라며 “6월 중 협상이 타결된다면 우리는 첫 번째 DEPA 가입국으로서 우리 기업의 전자상거래 수출과 디지털 콘텐츠·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추진위는 이날 DEPA와 함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한-영 FTA 개선 협상 등 다른 통상 현안도 논의했다. 미국 주도의 14개국 경제협력체 IPEF 참가국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필라2(공급망) 협정 협상을 타결했다. 또 영국과 FTA 개선 협상을 하기로 합의하고 협상 개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는 한국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IPEF 공급망 협정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 추진계획을 점검했다. 또 한-영 FTA 개선을 통해 디지털·공급망 등 새로운 통상규범을 도입하고 투자 규범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로 연내 협상 개시 절차를 밝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1년 앞선 2019년 한-영 FTA에 서명하고 2021년 이를 발효한 바 있다. 양국은 또 2021년 2월 이를 개선하는 협상을 추진키로 했으나, 아직 협상을 개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