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에 등장한 내 딸 영정사진, 교사들 '저건 뭐야' 라며 떨떠름"

by이선영 기자
2023.04.12 17:01:25

지난 2018년 은광여고 졸업식 참석한 故박주원양 母
상복 차림에 영정사진 들고 ''학교 측 사죄 요구''
"이사장 비롯한 내빈, 교사들 모두 투명인간 취급해"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조국흑서’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측 대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번이나 출석하지 않아 원고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인 가운데 피해자인 고 박주원 양 어머니가 2018년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홀대받았던 경험을 전했다.

2015년 학폭으로 사망한 고 박주원양 유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출처=이기철 씨 페이스북)
12일 박양 어머니 이기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혼이 참석했던 은광여고 졸업식’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며 “학교에 가자 운동장으로 내려온 인성부장은 떨떠름한 얼굴로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원하시는 게 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학교 차원의 학폭위, 재심, 행정심판을 거치는 내내 드러나는 증거와는 달리 ‘가해자, 피해자 없음’ 결과가 나왔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자퇴했다면 자신들의 잘못을 알기에 도망간 것이고 이제라도 학교는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했다”면서 “이런 말에 학교 인성부장은 계속 웃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상복 차림으로 영정사진을 든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뜨악함 그 자체였고 혹은 수군거리기도 했다”면서 “상복 차림에 주원이 영정사진을 들고 나타나자 어떤 여교사는 ‘저건 또 뭐야’라고 말했다. 교육자가 사람의 사진을 보고 ‘저거’라고 하다니 사물이 된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을 비롯한 내빈, 교사들 그 누구도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투명 인간 취급했다”면서 “발언 시간을 주겠다는 교장은 처음 말과는 달리 나에게 발언 시간을 주지 않아서 발 빠르게 마이크로 다가가 단상 아래 졸업생과 학부모에게 말해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씨는 “여러분들 중에는 주원이가 누군지, 제가 누군지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까 교장 선생님께서 주원이와 저를 소개할 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아이라고 단순히 말씀하셨지만 주원이는 학교폭력 은광여고 왕따 사건으로 시달리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이고, 은광여고는 주원이가 그렇게 당한 것에 대해서 가해자, 피해자 없음으로 처리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고 한다.

덧붙여 “졸업생 403명 중에 단 한 명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여러분 모두가 사회로 나가 시련이 생긴다 해도 실망하지 말고, 주원이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손잡아 주고, 어른들의 비겁함을 배우지 말고, 젊은 여러분이 희망이니 사람답게 함께 사는 세상,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만들어 주시길 부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발언하는 내내 교장은 안절부절못하며 마이크를 뺏으려고 했고, 중간중간 마이크를 뺏기지 않으려고 저지하며 말을 이어가다 보니 떠오르는 말도 날아가고 두서가 없었지만 기억나는 나의 발언은 그랬다”면서 “나는 명예 졸업장 하나 받으러 온 거 아니다. 당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죄받기 위해서 왔으나 교사들은 삐딱했고, ‘저건 뭐야’라고 했으며 이사장은 정중한 인사 한마디도 없었고,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무시하고 나갔다. 오늘이 끝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5년 학폭으로 사망한 고 박주원양 유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출처=이기철 씨 페이스북)
학폭 피해자 박모양은 지난 2012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1학년 1학기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전학을 권했고, 박양은 인천의 한 중학교로 학교를 옮겼다.

하지만 2015년 박양이 강남구의 한 여고로 진학한 후 다시 집단따돌림이 시작됐다. 박양은 결국 그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알려진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리하면서 항소심 변론기일에 수차례 불출석해 패소했다. 1심에서 유족이 일부 승소한 부분도 있었으나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항소심에서 전부 패소로 뒤집혔다.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이 사실을 5개월 동안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유족은 조만간 권 변호사와 당시 권 변호사의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10일 변협 상임이사회는 권 변호사에 대한 직권 조사 승인 요청 안건을 가결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징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변협 징계위원회는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한다. 변협 회규에 따르면 협회장은 징계 혐의가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넘길 수 있고, 징계 여부는 징계위원회가 결정한다.

변협은 “엄중한 조사는 물론이고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변호사들이 사회 활동, 정치 활동 등 대외적인 활동을 겸하는 경우에도 변호사의 본분이자 본업인 송무에 소홀하지 않도록 변호사 윤리 교육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