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 극단 바라보는 정치에 시민들 등 돌렸다

by박기주 기자
2023.03.09 17:32:53

대선 후 1년, 무당층 급증…거대 양당 30% `박스권`
與, '윤핵관' 전면 등장…이준석 징계도
野, '친명계·개딸' 영향력 커져…당 내홍 심화
전문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듯"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윤석열 vs 이재명’ 20대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 싸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야당은 ‘친명계’(친이재명계)및 ‘개딸’(개혁의딸)로 대변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에 등을 돌리는 국민들이 크게 늘었다. 윤 대통령 입 맛에 맞는 인물들로 새롭게 짜인 국민의힘과 사법 리스크를 대하는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한국갤럽이 진행한 3월 첫째 주(2월 28일, 3월 2일) 여론조사에서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자신을 ‘무당층’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27%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선 직전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1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다른 대부분 조사에서 비슷한 양상이 그려지고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30%대 안팎을 서로 오가며 그들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즉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에 큰 관심을 보였던 이들이 이탈하고 핵심 지지층만 남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여야가 각자 자신의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각 진영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고 국회를 운영하니 정치참여를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년간 여야의 모습을 보면 윤핵관과 친명계가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당해 당직 정지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고, 이어진 비상대책위원회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대선·지선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를 윤핵관이 영향력을 행사해 끌어내린 것이란 논란도 제기됐다.

의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 내홍까지 겹치며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 과제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윤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정부 출범 9개월여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그마저도 ‘여성가족부 폐지’ 등 내용은 제외된 반쪽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도 야당과의 협상보다는 기싸움에 많은 역량을 소모했고, 주요 국정과제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 지도부가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민주당이 대선 패배 직후 추진한 것은 패배에 대한 반성이 아닌 ‘이재명 방탄’의 포석이었다. 민주당은 친명계를 중심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안에 처리하기 위해 위장 탈당이나 회기 쪼개기 등 논란이 있는 꼼수를 동원해 입법을 마쳤다.

이어 여러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층의 등에 업은 이 대표는 6월 재보궐 선거 출마의 뜻을 밝히며 다시 정치권에 중심에 섰다. 지방선거에서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전당대회에서 77.7%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권을 잡았다. 이후 이어진 이 대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수사는 친명계 및 개딸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동력으로 이 대표는 자신의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이재명 방탄 정당’이 돼선 안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낸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개딸의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30여표에 달하는 이탈표가 나오면서 민주당 내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친명계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단일 대오’ 목소리가 대세인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문제는 앞으로도 양 극단을 바라보는 거대 양당의 행보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민생 현안들이 외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대표를 뽑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면면은 ‘친윤’ 일색이다. 일각에서 “완전한 윤석열당으로 재창당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 등이 예정된 만큼 민주당 역시 계속해서 친명계 및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외 다른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구속까지 이어질 경우 민주당으로선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 밖 이탈표에 놀란 강경파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분주한 이유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엄 소장은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지금의 국민의힘은 대통령 직할 체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즉 대통령 뜻과 다른 길을 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라며 “민주당도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강경 일변도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진영이 나뉘어 가파른 벼랑 끝 네거티브 대치를 이어가면 정치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