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내각 총사퇴…시위대 "라자팍사 가문 물러나라"

by김혜미 기자
2022.04.04 15:09:11

대통령·총리 제외 장관 26명 사퇴…"의미없다"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수십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앓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내각이 총사퇴했다.

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전날 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형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를 제외한 내각 장관 26명 전원이 사임했다.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장관들 가운데는 대통령의 형제인 차말 라자팍사 관개부 장관과 바실 라자팍사 재무부 장관 외에 총리 아들인 나말 라자팍사 체육부 장관 등 세 명이 포함됐다.

3월31일 스리랑카에서 시위에 나선 한 남성.(사진 AP=연합뉴스)
스리랑카는 지난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외화 부족으로 연료를 수입하지 못해 전력 공급이 반나절 이상 중단되는가 하면 식품과 의약품, 연료 부족 상태가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일부 시민들은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며 시위를 벌였고, 계속되는 시위에 3일 스리랑카 정부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는 한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시위대는 통행금지령을 개의치 않은 채 시위를 지속했다. 이들은 라자팍사 가문이 물러나지 않으면 내각 전체의 사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직서를 제출한 나말 라자팍사 체육부 장관이 트위터에 “시민과 정부의 안정을 확립하려는 대통령과 총리의 결정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지만, 이에 대해서도 “독재자의 각본”이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올해 70억달러(한화 약 8조5000억원)의 국가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2조43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협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