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투자 빅뱅]②삼성·LG 잇단 투자 속…반도체 이어 '빅사이클' 맞나
by신중섭 기자
2021.11.02 17:08:45
LG·삼성, 파주·아산 중소형 OLED 장비 발주
삼성은 중소형, LG는 대형 OLED 글로벌 선두
하지만 BOE, 애플 공급망 편입되면서 위기감 고조
세계 OLED 시장, 2024년 54.8兆 규모로 성장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최근 스마트폰과 TV 등에 탑재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반도체에 이은 ‘OLED’ 빅사이클(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OLED 업체들의 투자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왼쪽)과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오른쪽).(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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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각각 충남 아산과 경기 파주 중소형 OLED 공장에 들어갈 장비 발주에 나서는 등 OLED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OLED란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발광 소자 일종이다. LCD(액정표시장치)는 패널 뒤에 조명, 즉 BLU(백라이트유닛)가 별도로 필요하지만, OLED는 이러한 광원장치 없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광원장치가 사라지는 만큼 제품을 더욱 얇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활용할 수 있어 ‘플렉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구현도 가능하다.
특히 OLED는 스마트폰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수요가 높다. 이 시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글로벌 1,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3.1%, LG디스플레이가 12.3%를 기록 중이다. 국내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는 셈이다. 3위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로 8.7%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BOE는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13’에 적용되는 6.1인치 OLED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애플은 중소형 OLED 시장 ‘큰 손’으로, BOE의 애플 공급망 편입이 국내 기업이 쥐고 있는 중소형 OLED 시장 구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BOE는 올해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M’ 시리즈 신작에도 OLED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투자도 BOE 등 후발 주자와의 ‘격차 벌리기’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중 국내외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경기 파주 P9 공장 내 6세대(기판 크기 가로 1500㎜·세로 1850㎜) 플렉시블 OLED 공장(E6-3라인)에 반입할 장비를 발주하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충남 아산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A4E라인) 장비 발주에 나섰다. 투자액은 각각 2조원과 4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더욱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오는 2024년 3월까지 6세대 중소형 OLED 공장에 3조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TV에 탑재되는 대형 OLED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용 OLED 출하량은 830만대로 전년 450만대보다 86%나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TV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5% 수준이었으나 2년 만인 올해 두자릿수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 생산라인에서 월 3만장 추가 생산을 시작하면서 대형 OLED를 연간 1000만장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달 중 대형 OLED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에 들어가면서 TV용 OLED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QD-OLED라고도 불리는 QD 디스플레이는 OLED 위에 스스로 빛을 내는 매우 작은 반도체 결정인 ‘QD’ 물질을 적용한 색 변환층을 더했다. LG디스플레이의 WOLED(화이트OLED)와 다르게 청색 OLED 소자를 주요 광원으로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QD 디스플레이는 아산사업장 Q1 라인에서 생산하며 캐파(생산량)는 8.5세대 기판 기준 월 3만장 수준이다.
이처럼 중소형과 대형을 가리지 않고 OLED 시장이 성장하면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시장 경쟁도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에 따르면 OLED 시장은 올해 377억달러(약 44조 4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4년에는 465억달러(54조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업계는 국내 업체가 아직까진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나날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2%, 19%인 데 비해 중국 BOE가 25%, CSOT가 52%로 추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TV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에 OLED가 탑재되면서 OLED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특히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이 예상됨에 따라 선두 업체들의 투자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