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고발 사주' 윤석열 개입 진상 조사 '빈손'?…공수처 수사도 '글쎄'
by남궁민관 기자
2021.09.14 17:13:24
檢, '尹 혐의 적용 어려워' 보도에 "사실무근" 해명에도
법조계 "실제 결과, 오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尹 개입 여부, 결국 공수처 손준성 소환 조사 결과에 달려
孫 진술 확보 여부 불투명…"공수처 정치권 장단 놀아나" 지적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조만간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단 공수처 수사와 별개로 진행 중인 대검찰청 감찰부 진상 조사에선 윤 전총장의 연루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결국 공수처의 소환 조사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은 물론 공수처의 명운이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13일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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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터넷매체의 보도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2일 당일 진상 조사에 돌입했던 대검 감찰부는 손 검사 PC와 제보자인 조성은 씨 휴대전화 및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윤 전 총장 연루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를 증명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날 ‘대검 감찰부가 손 검사의 진술 없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관계만으로 윤 전 총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짓고 법무부에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보도 이후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대검은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진상 조사 돌입부터 제보자에 대한 공익신고자 인정까지 매우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대검 감찰부는 윤 전 총장이 스친 정황만 확보해도 그를 바로 입건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강제 수사가 아닌 진상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거나, 윤 전 총장이 개입한 증거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 조사만으론 더 나올 게 없어 보이며 검찰로선 공수처 수사를 관망하거나 또는 수사로 전환할 결단의 시기가 왔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의혹의 열쇠는 공수처가 쥔 셈이다. 공수처는 시민단체 고발장이 접수된 지 사흘 만인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속도감 있게 수사에 돌입한 만큼, 손 검사 소환 조사 역시 추석 연휴를 전후해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 손 검사로부터 진술 및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손 검사는 이날도 입장문을 내고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 자료를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 공수처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장의 개입 의혹 등을 포함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수사를 통해 결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발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손 검사의 고발장 전달 자체가 사실이라고 전제해도, 손 검사가 버티며 관련 진술을 하지 않는다면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만한 다른 증거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의혹 수사 개시와 동시에 윤 전 총장을 입건한 공수처에 대해 “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먼저 손 검사를 입건해 고구마 줄기 캐듯 수사해 그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을 입건해도 충분한 일”이라며 “경험이 부족한 공수처가 얼결에 정치권 장단에 춤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미흡한 운영에 이어 이번 수사로 정치적 편향성까지 더해진다면 공수처는 더 이상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