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 결국 경고에 그쳤다…軍 ‘셀프 감사’ 한계론

by김미경 기자
2021.09.08 17:20:40

국방부, 감사 착수 48일만에 결과 발표
보고 체계·백신 대책 미흡 확인했지만
합참 등 6개 기관·부서만 경고 처분
“개인 탓 아냐” 일각선 셀프 감사 지적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방부가 파병사상 처음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 사태와 관련해, 개별 징계 없이 6개 부서에 대한 경고 조치로 감사를 마무리했다. 특정 개인 탓이 아니라 관련 부서에 책임이 분산돼 있다고 보고, 판단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청해부대 전체 승조원 301명 중 272명(90.4%)이 집단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음에도, 사실상 감염경로 규명이나 군 수뇌부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으면서 군내 ‘셀프 감사’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방부는 8일 국방부 본부, 합동참모본부, 해군본부, 해군작전사령부, 국군의무사령부, 청해부대 34진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22일 감사를 착수한지 약 48일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지난 7월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항구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 중인 특수임무단 장병들 모습(사진=국방부).
경고 처분 대상은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 인사복지실 보건정책과, 합참 군사지원본부 해외파병과, 해군본부 의무실,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 청해부대 34진 등 6개 기관 및 부서다.

국방부는 경고 처분의 배경으로 “집단감염이 특정 개개인의 잘못에서 야기되었다기보다는 관련된 기관과 부서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6개 기관 및 부서에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관련 업무 담당자 등 개별 인사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엄격한 방역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보고 해당 기관에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덧붙이는데 그쳤다.

앞서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 부대원 전원이 철수한 직후인 지난 7월22일부터 한달하고 보름여 동안 관련 부서를 상대로 최초 감염경로, 초기대응, 지휘보고 체계 등에 대해 감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결국 군 지휘관이나 부서장에 대한 징계 없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소한의 징계 조치도 생략된 군 당국의 ‘셀프 감사’ 결과에 대한 여론 및 야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부는 일각에서 제기했던 늦장 보고 및 지휘·감독 보고체계 부실 등과 관련해선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국방부 측은 “합참의 보고체계에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비록 당시 감기환자로 판단했더라도 병력에 관련된 사항이고, 전세계적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면 바로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해부대 34진이 지난 2월 출항 때부터 5개월 넘게 백신 접종 대상에서도 누락된 것에 대해선 “출국 후 백신 접종을 위한 적극적 대안 검토가 다소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국내 백신을 수송해 현지 접종하는 방안에 대해선 백신 수송과 부작용 대처 우려 등 여러 제한사항이 있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국방부는 기항지에서 승조원들의 일탈행위는 없었고, 일부 기항지에서 함정 근처에서 외부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운동을 하도록 하선을 허용한 것에 대해선 “장병의 피로도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방역 지침 위반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7월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버스를 탄 청해부대 한 장병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7월2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의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